[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인간의 욕망,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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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인간의 욕망, 땅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5.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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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1828~1910) 소설 《우리는 얼마만 한 땅이 필요한가?》에서 소작인 파흠의 꿈은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여 조금씩 땅을 늘려가고, 늘어날 때마다 즐거웠지만, 조금은 부족함을 느끼며 아쉬워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한 상인으로부터 바시키르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가면 아주 싼 값에 비옥하고 넓은 땅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마을 이장은 파흠에게 환상적인 제안을 합니다. 하루 땅값은 1000루블이고, 해가 뜰 때 시작하여 해 질 때까지 걸어서 밟은 땅이 그의 것이 되는 것이고,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땅을 한 평도 받지 못하고 돈만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튿날 동이 트자마자 파흠은 자기 땅을 확보하기 위해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내딛는 걸음마다 신바람이 났습니다. 더욱이 가면 갈수록 비옥한 땅이 널려 있었습니다. 피곤했지만 참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땅 욕심을 부리다 보니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내달렸습니다. 가까스로 해가 떨어질 무렵 도착했지만 도착하자마자 쓰러진 파흠은 그만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가엾은 파흠은 고작 제 몸 하나 뉠 만한 좁은 땅속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작 2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파흠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욕망의 허상 속에서 살았습니다.

땅은 인간의 욕망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개발계획 발표 이전에 농지를 구입하여 나중에 시세차익을 얻는 투기에 대한 비난이 거셉니다.

농지는 각종 개발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 20년과 비교해보면 밭은 크게 변동은 없지만 논은 30%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농업진흥지역에 신재생 에너지라는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까지 허용되고 있습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는 투기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농지가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농지소유가 자유롭기 때문에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현재 고령화율과 기대수명, 영농 승계율을 고려할 때 약 15년 후에는 전체 농지 84%가 비농업인 소유가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딱히 농부라고 칭하기는 부끄럽지만 도시농부들은 농촌과 달리 계속 증가 추세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농협에서도 전업농은 10% 미만입니다. 조합원 중 60세 이상이 85% 이상으로 퇴직 후 상속받은 고향의 땅이나 인근 지역에 텃밭 수준의 작은 농토를 마련하여 주말이나 주중에 삶을 즐기는 도시인들입니다. 더구나 요즘 코로나로 빡빡한 도시를 탈출하여 밭에 농막을 짓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식량안보와 국토환경보전에 중요 자원인 농지가 재산증식을 위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농업인들이 농지를 생산의 수단으로써 보존은 절대적입니다. 한편으로 도시민의 여가활동 중의 하나인 농사활동이 농지소유 제한으로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적든 많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가장 큰 소득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주 깨닫는 것입니다. 농사만큼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것은 없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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