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피해 학생·학부모 따뜻하게 보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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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피해 학생·학부모 따뜻하게 보듬어요”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5.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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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학교폭력피해치유 전담기관 ‘해맑음센터’

“우리나라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에 더 신경을 씁니다. 가해학생 지도·교화 기관은 많지만 정작 피해학생이 도움받을 곳은 부족합니다.”

8년째 해맑음센터를 이끌고 있는 조정실 (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학폭 피해학생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013년 대전에서 문을 연 해맑음센터는 국내 첫 전국 시·도교육청 지정 학교폭력 피해치유 전담기관이다. 교육부에서 지원하고 (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위탁 운영한다.

학폭 피해학생 총 30명을 대상으로 최장 1년간 예술·심리 치유와 교육을 지원하는 기숙형 시설로, 원적교에서 출석을 포함한 학적을 관리해 공백없이 학교에 복귀할 수 있다. 예술치유, 전문교육, 심리상담, 체험활동, 공통기본교과, 학부모교육 등 대안교육형 장·단기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전문인력이 상근하며 피해 학생·학부모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치유캠프를 운영한다. 숙식비를 비롯한 교육비 전액이 무료다.

입소는 위탁교육 신청 후 상담과 심리검사, 인터뷰를 거쳐 2주 적응기간 후 가능하다. 원적교 복귀 시에도 2주 적응기간을 갖고 적응 여부에 따라 복귀와 재입소를 결정하고 추수관리를 진행한다.

부모도 한 달에 2번 의무적으로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부모의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과 자녀와 대화법, 피해학생 행동특성 등에 대해 배우면서 자녀를 이해하게 된다.

조 센터장은 정부에 학폭 피해자 보호 및 회복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며, “해맑음센터 설립 이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학생 전담기관이 전국에 한 곳밖에 없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말한다. 지원시설의 전국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교육부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위원으로서 피해학생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예술치료와 교사 양성 대학·학과의 해맑음센터 체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래의 교사들이 학폭피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통학형 시설 필요성도 강조한다. 기숙형 시설인 해맑음센터는 주중에만 기숙사를 운영하기 때문에 먼 거리 학생은 현실적으로 입소가 어렵다. 전국에 주간보호형 통학 시설이 생기면 보다 많은 피해학생이 보호받을 수 있고 기숙사 입소가 어려운 초등학생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해맑음센터는 학업 중단이 생기지 않도록 교과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학생의 연령별, 수준별로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기본교과 수업을 진행해 학교 복귀 시 동급생과 학습진도율에 차이가 없도록 노력한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생이 센터 입소 후 학업에 흥미를 갖고 자신감을 회복해 복귀 후 전교 2등을 한 일도 있다.

유성구 대동에 위치한 센터는 마을공동체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해맑음미용실은 뷰티클래스 수업으로 익힌 다양한 기술로 어르신들에게 파마, 염색 등 미용봉사를 한다. 이밖에도 운동회, 명절인사, 예술여행 등을 마을 어르신과 함께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며 사라진 대동 마을의 사계절을 사진에 담아 책으로 만들기도 했다. 마을의 마지막 1년간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주민들을 인터뷰한 책을 실향민들에게 선물해 깊은 감동을 주었다.

최근 학폭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조 센터장은 걱정이 더욱 많아졌다. “최근 ‘학폭 미투’가 터지면서 1년 새 학교폭력피해자 지원기관이 전국에 140여 개나 생겼다. 하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시설 설치에만 급급해 전문인력·재정 부족으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는 “내가 바로 학폭피해 가족이었기 때문에 피해학생과 가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교에 돌아간 학생이 적응에 실패하기는 경우도 하는데 이는 대부분 주변 환경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와 교사가 피해학생에 관심을 기울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학교 내 어른이 지지해줄 때 아이들은 큰 힘을 받는다”고 당부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학교폭력에 ‘올바르게’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었을 때 화해와 용서가 가능한데, 무조건 화해부터 시키고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니까 더 큰 사고가 생긴다고 한다.

학생들과 늘 부대끼며 살아가는 조 센터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행복을 찾는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온 피해학생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하게 학교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는지 묻자 수료식장을 울음바다로 만든 한 학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사들에게 거칠게 굴며 계속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가 수료식에서 속내를 드러냈다. “나는 지금까지 좋은 어른들을 못 만났었는데 천사들이 모두 이 산속에 들어와 있었다. 천사들을 못 찾아서 우리가 그렇게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해 교사, 학부모, 마을 주민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학교폭력에 대해 누구보다도 할 말이 많은 그에게 꼭 하고 싶은 한마디를 물었다.

“피해학생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가해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 그 말 한마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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