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즐거운 책 수다 나누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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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즐거운 책 수다 나누실래요?”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6.09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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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나들이] 대전 유성구 반석동 ‘책방채움’

※ 이 기사는 지역서점 활성화와 시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대전시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대전시 ‘지역서점 인증제’에 등록(☎042-270-3883)한 엄선된 서점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제가 읽은 책만으로 책방을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음을 채우는 곳, 위로를 채우는 곳’ 책방채움 신선영 대표의 로망이다.

신 대표는 고객이 책에 관해 물으면 언제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쉼없이 책을 읽는다. 책방지기로서 책과 사람을 잇는 좋은 안내자가 되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방을 찾는 손님들과 허물없이 웃고 대화한다. 그의 웃음소리는 서가에 꽂힌 책과 더불어 책방채움을 풍성하고 편안하게 채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바로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거죠.”

읽은 책만으로 책방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서가 필요한데 오프라인 만남이 줄어들면서 독서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 권 한 권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손님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그는 새로 나오는 책들에 욕심을 버리고 좋은 책을 골라서 읽으려고 한다. 신중하게 고른 책을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책의 진가를 알아가고 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한다. 책방 손님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방지기가 읽은 책만으로 서가 채우기’라는 신 대표의 로망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

“일본에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만 파는 책방이 있어요. 책방지기가 고른 책 한 권만 파는 거죠. 저도 채움을 그런 책방으로 만들고 싶어요.”

코로나 이전 책방채움은 책 모임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매일 다양한 모임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였다. 필사 모임, 그림책 모임, 낭독모임, 북 코디네이터 모임, 작가초청 글쓰기 모임 등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만나 생각과 느낌을 나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 방학’을 맞으면서 오프라인 모임을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신 대표는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중단됐다고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비록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고 있다고. 또 예전에는 손님들이 모임시간을 피해서 와야 했는데 지금은 언제든 편하게 책방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로 달라진 것 중 하나로 ‘책 배달’도 꼽을 수 있다. 고객이 문자, 카톡, 인스타그램 등으로 책을 주문하면 직접 배달해준다. 동네책방에서는 보기 드문 서비스다. 강원도 속초 한 동네책방에서 배달서비스를 도입했다고 해서 ‘언젠가 우리도 필요하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코로나로 예상보다 일찍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다른 지역 동네책방과 연대도 활발하다. 전국 7개 동네책방이 모인 ‘책통’에서 ‘느린그림책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경기도 김포의 소예책방과 온라인 필사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책방을 운영하기 전 경기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다. 그러다 남편이 대전으로 이직하면서 주말부부로 지내다 대전에 내려오게 됐다. 하지만 연고가 없는 곳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도서관, 서점 등을 찾아다니다 동네책방을 알게 되었고, 1년간 꼼꼼히 준비해 2019년 책방채움을 오픈했다.

“내가 일하는 공간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싶어서 책방을 열었어요. 책방을 하면서 책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답니다.”

신 대표가 반석동에 동네책방을 열고 동네 엄마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카페나 마트 말고 갈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좋다”는 말이다. 그에게 그런 공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다른 엄마들에게도 ‘특별한 공간’이 절실했던 것이다.

특히 반석동 지역은 남편 직장때문에 이사 온 타지 출신이 많아서 친구를 사귀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그래서 주 고객은 30~50대 여성이며, 여성의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다. 코로나로 육아와 가사 시간이 늘어났는데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해 나간다.

책방채움은 반석동 카페거리에 위치해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산책 나왔다 슬쩍 들려서 책 한 권 사갈 수 있는 동네책방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년째 동네책방을 운영해온 신 대표는 솔직히 책방 운영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고 고백한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을 내기 힘들단다. 낮에는 고객 응대, 책 주문, 택배 등으로 바빠서 새벽 3, 4시까지 책을 읽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동네책방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웃으며 찾아오는 손님들과 책 이야기, 사람사는 이야기를 실컷 나누죠. 하루하루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가 책에 적어놓은 메모를 보고 좋은 책을 발견했다는 손님의 말 한마디나 책을 잘 안 읽었었는데 다시 읽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 책방지기로서 보람을 느낀다. 또 책으로 만나는 인연이 늘어가는 기쁨도 크다.

신 대표에게 책방채움의 가장 큰 자랑이 무엇인지 물었다.

“책방지기요(웃음). 책과 인생에 관한 즐거운 수다가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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