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국내 양봉산업과 인디언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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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국내 양봉산업과 인디언의 교훈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6.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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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리스트 카터(1925~1979)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으면 제목 그대로 영혼이 따뜻하게 젖어 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 아이가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산속에서 살며 삶의 지혜를 나누는 것이 가슴 저리게 인간적입니다. 인간도 자연과 가까우면 매력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인디언은 이름 자체가 자연의 일부입니다. 어린 주인공 ‘작은 나무’는 아빠가 세상을 뜨신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갑니다. 할아버지는 숲의 왕자 매가 메추라기를 향해 달려가 사냥하는 것을 보고 말합니다.

“슬퍼하지 마라. 이게 자연의 이치란다. 그 매는 느린 놈을 잡아갔다.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거든. (···) 매는 자연의 이치로 사는 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만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것들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을 거야.”

여기까지 말한 할아버지가 다시 웃음 터뜨리며 말을 이어갑니다.

“꿀벌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남의 걸 빼앗아 오려고 하지.”

꿀은 벌이 욕심껏 모은 것을 인간이 빼앗은 산물입니다. 아카시아가 핀 6월 초에 숲에 가면 벌의 움직이는 소리가 귀가 따갑게 가득합니다. 수많은 벌의 부지런한 활동에서 꿀이 얻어지는 것입니다. 양봉은 정년퇴직자들이 하고 싶어 하는 부업 중 하나입니다. 자연과 벗하면서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땅을 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년 양봉 농가수와 양봉 사육봉군(蜂群) 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봉산업의 생산액은 통계를 보면 5000억 원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꿀 채취할 수 있는 중요한 밀원인 아카시아도 적어지고 이상기후로 개화 시기가 전국 동시적이라 채취하기가 더욱 어려워져갑니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평년 작황의 20~3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양봉은 이제 꿀벌이 주는 것을 빼앗는 정도로 해서는 안 되다는 생각입니다. 먼저 적극적인 밀원을 조성하여야 합니다. 계획적으로 밀원식물인 아카시아도 유채도, 싸리도, 메밀도 심어 그곳에서 채취하는 벌꿀 생산량을 늘려야 합니다.

허약한 양봉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하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 입니다. 일반작물 연구처럼 전문적인 기관을 설립하고 튼튼한 벌을 보급하는 육종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다운 꿀벌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벌에 관한 모든 분야를 연구하여야 합니다. 벌의 것을 빼앗아 오더라도 튼튼한 벌이 제대로 기 펴고 활동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해주자는 것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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