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이야? 나 하나라도!… 탄소중립 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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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쯤이야? 나 하나라도!… 탄소중립 해유”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7.19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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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지구를 위해서 나, 우리 집, 우리 마을부터 선택과 행동이 변해야 합니다.”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이다.

지난해 4월 27일 창립한 에너지전환해유(이하 해유)는 석탄화력발전, 원자력발전처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여기에는 대덕구,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신성이엔에스(주), 대전충남녹색연합, 미호동 주민이 뜻을 모았다. 태양광발전, 제로웨이스트(Zero-Waste,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 사업을 중심으로 교육, 조사연구,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유는 대덕구 미호동에 넷제로(Net-Zero) 공판장을 열었다. ‘넷제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태양광·풍력발전 등을 키우고 나무를 심는 등의 방법으로 이산화탄소 실질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드는 것, 즉 ‘탄소중립’을 뜻한다.

미호동은 태양광발전 설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 대상지역이다. 양 이사장은 100가구 남짓한 이 마을을 에너지자립마을로 만들겠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일찍부터 넷제로를 확산시키기 위한 모델 지역을 찾던 그는 상수원보호구역인 미호동이 이미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넷제로 공판장은 청남대의 경비를 위해 지어졌던 대청파출소 자리에 세워졌다. 청남대가 개방된 뒤 폐허로 남겨져 있던 파출소 부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산물 공판장을 만들기도 했었지만 주민들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곳을 해유와 대덕구, 신성이앤에스, 대전충남녹색연합, 미호동 복지위원회가 손잡고 넷제로 모델로 탈바꿈시켰다.

해유는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지난해 12월 도서관을 먼저 개관하고 넷제로 주민디자인학교를 열었다. 노래, 사진, 그림 프로그램 등을 통해 넷제로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한 후 올해 5월, 드디어 넷제로 공판장을 오픈했다.

공판장 건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에너지전환 홍보관이다. 옥상에는 태양광발전소와 빗물저장소, 태양열집열판이 있다. 2층 도서관에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환경 관련 도서를 갖추고 주민 모임, 교육 장소로 활용한다. 1층 공판장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내놓은 친환경 농산물과 대나무칫솔, 천연수세미, 무환자열매, 고체샴푸·치약 등 에너지전환 상품을 탄소배출이 적은 최소한의 포장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주차장에는 전기자동차 급속충전소와 자전거 이용자 테이블, 미니 태양광을 설치했다.

해유는 넷제로 플리마켓도 열었다. 비닐봉투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장터를 체험하면서 주민 사이에 넷제로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플리마켓이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전환 체험교육이 된 것이다. 해유는 앞으로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플리마켓을 열 계획이다.

“공판장 최고의 판매자는 95세 김완득 할머니입니다. 95세 할머니가 아침에 텃밭에서 따온 완두콩, 직접 담근 된장, 간장소금은 없어서 못 파는 인기상품이죠. 유기농이라는 설명이 필요없어요(웃음).”

양 이사장은 이렇듯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판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주민동아리를 확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얼마 전 에너지전환 그림자극 동아리를 구성하고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그림책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를 그림자극으로 만들어 연습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에게 공연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에너지전환의 필요성과 가치를 공유하려고 한다.

“시민들이 탄소중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홍보와 교육만 반복되면 오히려 ‘가치 과잉’으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양 이사장은 소규모 경제활동을 통해서 넷제로가 나와 우리 마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생소한 사업을 벌이는 데 거리감을 가졌던 주민들이 공판장, 플리마켓 등을 통해서 넷제로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그는 미호동의 사례를 통해 마을단위의 탄소중립 경험이 쌓여야 국가적 탄소중립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대기업 주도가 아니라 지역주도, 주민주도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지난 5월 오픈한 넷제로 공판장의 한 달 매출은 얼마나 될까? 양 이사장은 6월 매출이 1000만 원을 넘었다고 자랑한다. 플리마켓 하루 매출만 100만 원이 나왔다고. 평상시에는 기업, 기관, 단체 등에서 에너지전환상품 꾸러미의 주문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넷제로 공판장 앞마당에는 ‘자식의 우환을 없애주는 나무’를 뜻하는 무환자(無患子)나무가 자라고 있다. 최근 들어 천연세제로 알려지기 시작한 소프넛 열매는 옛부터 우리 조상들이 세제로 사용하던 열매다. 해유는 무환자나무를 미호동에 보급해 대전시민들이 천연세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마당에는 1.5℃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구가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한 온도 1.5℃를 지키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절전은 기본이며, 화력발전소 대신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쉽게 쓰고 버리는 습관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녹색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해유는 신협중앙회, 대덕구청과 함께 햇빛발전소 사업도 시작했다. 신협 햇빛발전 예금에 가입하면 햇빛발전소를 짓는데 기여할 수 있다. 양 이사장은 하반기 100㎾급 발전소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1호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이를 모델로 지역에 햇빛발전소를 확산시킬 예정이다.

넷제로 공판장은 앞으로 다양한 주민동아리를 만들어 넷제로 상품을 개발하고 포장없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넷제로 디자인,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 음료와 가공품, 채식도시락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주기적으로 넷제로 플리마켓을 열고 탄소흡수원 조성을 위한 나무심기, 에너지자립마을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체 샴푸바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액체통이 필요 없죠. 이렇게 기존 생활용품에서 하나만 에너지전환 제품으로 바꾸면 넷제로를 실천할 수 있어요.”

그의 말처럼 지구공동체를 위한 우리의 선택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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