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아이스크림의 운명
상태바
[다문화 사랑방] 아이스크림의 운명
  • 남혜원(베트남)
  • 승인 2021.07.20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86)

“저기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 작은 아이스크림 때문에 내 인생에 한 남자가 생겼다.

그날 내가 그 회사에 가서 취직하려고 한다. 그때 직원 몇 명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나는 앉아서 사장님이 오시기 기다리고 있다. 다들 아이스크림을 잘 먹고 있지만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자직원이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나에게 와서 “ 저기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말하면서 건네준다. 나는 당연히 먹지 않았다. 그런데 속마음에 이 아저씨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매일 그 아저씨와 근무한다.

나는 외국인이라는 탓에 그런지 어느 직원이 나를 무시하며 잡일을 시켜 심지어 자기의 작업복을 빨래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그 아저씨가 그 사람에게 그렇게 시키지 말라고 말한다.

함께 일하다가 이 남자가 자꾸 나에게 관심해주고 잘 챙겨주며 도와준다.

함께 일하면서 어느 날부터 나도 모르게 그 남자와 교제하게 되었다. 몇 년간 사귄 끝에 그 남자와 결혼하게 결정되었다. 결혼하기 전에 나에게 집이 없고 벌 돈이 많지 않아서 남들만큼 경제적으로 되지 않았지만 다른 면에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잘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결혼에 허락을 받기 위해 친정 부모님에게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 네가 성인이라 알아서 결정하면 좋겠고 너만 행복하게 잘 산다면 더는 바란 것이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 외국인과 결혼하는데 돈도 없고 집도 없어 네가 고생하는 것에 뻔한데 결혼하지 말라고” 심각하게 반대하셨다.

내가 한동안 친정엄마에게 함께 일하다 보니 이 남자가 괜찮을 거 같고 남에게 잘 도와주는 성격이 있어서 착한 사람이라고 설득한다. 집과 돈이 없지만 둘이 열심히 일하면 어느 정도 잘 살 수 있고 그리고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돈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친정엄마가 마지못해 결혼에 허락하셨다. 결혼한 뒤에 몇 년간 친정엄마가 남편에 대해 별로 반갑지 않았다.

남편이 친정아버지에게 혈압 측정기, 당뇨 측정기, 면도, 속옷 등을 사 드렸으며 친정엄마에게도 눈의 영양제, 홍삼정, 팔과 다리 아픈 약을 사 드렸다. 가끔 베트남에 친정집에 방문할 때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남편이 잘 먹고 맛있다고 말한다. 남편이 베트남어 한 마디라도 모르지만 동네 사람에게 만나면 배꼽 인사를 잘한다. 엄마가 시장에 갈 때 남편이 따라가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행동으로 사 달라고 한다. 남편이 베트남에 있는 동안 집안일에 잘 도와주고 집에 고장난 것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나에게 우리 그것을 사서 해드리자고 한다.

수 년에 남편의 정성으로 친정 부모님에게 해드리는 것과 털털하는 성격 덕분에 친정어머님이 이제 사위에게 마음을 열었다. 내가 혼자 방문할 때가 있는데 그때 친정엄마가 밥을 먹을 때마다 우리 큰 사위가 지금 한국에 혼자 어떻게 밥을 해 먹을 수 있냐고 하며 다음에 절대로 네가 혼자 오지 말라고 등 말했다. 친정아버지는 동네 친구들에게 큰 사위가 사주는 것들과 사위가 베트남 먹을 것을 잘 먹고 불편한 것들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고 식구들에게 잘해준다고 등에 자랑한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남편에 대해 좋게 평가한다.

처음에 친정엄마의 남편에 대해 안 좋은 평가 하다가 이제 딸보다 사위를 더 사랑과 관심해주는 것에 보고 사람은 진심으로 대하면 언제 가는 그 진실에 대해 통한다고 나는 느꼈다.

부부가 살면서 가끔 다툼하기도 하고 서로 며칠 간 서로 말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안 좋은 때가 있지만 행복한 때가 더 많았다.

여보! 비록 당신이 가진 것이 없어도 당신이 나와 친정집에 해주는 것들이 항상 고맙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당뇨, 고혈압 등 병들이 많고 밥보다 약 먹을 것이 더 많았는데 당신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다. 당신 몸이 그렇게 좋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나에게 집안일에 도와주는 것에 생각하면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도 도저히 표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1년 전부터 내 건강위해서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라고 당신의 관심해주는 것에 그 덕분에 나는 낮에 직장에 다니고 저녁 바로 헬스장에 즐겁게 운동하고 있는 것이 정말 고맙다. 내가 당신에게 저녁밥을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

앗! 잠깐만. 우리 부부가 만난 것이 아이스크림을 덕분인지 아직도 남편이 아이스크림이 많이 사와 항상 냉동실에 잔뜩 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그 첫 만남에 항상 생각난다. 남편도 자꾸 농담으로 “ 여보, 아이스크림 하나 가지고 당신이 쉽게 나에게 넘어갔더라”라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무조건 근사하게 해주지 않아도 아이스크림 한 개 가지고 시작하여 진심성과 순수한 마음으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하는 사랑이 아니까 싶었다.

여보! 아이스크림은 녹지만 우린 사랑은 녹지 않고 영원히 지킵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