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도 절도 없어
떠도는 인생이었지만
불안 불안하며 살아온 삶이
꼭 아프간 난민처럼 갈 곳도 없어
이 지상에서 쓸쓸하게 꼬인 거리의 노숙자인듯
그렇게 인사동을 헤매며 만 보쯤을 거닐다가
불현듯 마주하는 내 삶의 편린들
절망의 늪 조각조각 난 유리 파편들처럼
기억의 저편에 움튼 고독의 굴레
살고 싶어 오래도록 죽은 자들이 그리워한
오늘을 한껏 만끽하며
그러한 때도 있었나니
그래 죽고 싶어 환장했었다
그러한 때도 있었나니
하루살이처럼 맨날 맨날
하루를 살고 하루만 살고
죽어서 죽고 난 후에는
더 이상 그리움도 미움도
생에 대한 애절함도
그 무엇에 대한 집착도
죽어지기도 전에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에 대한 강한 집착도
결국은 죽으면 다 끝장이라는 생각도
모든 게 덧없다는 무상도
부질없는 한 생각일 뿐이라는
막바지에 이른 여름 한낮에
작은 깨우침이 있었다네
세상에나 저 돌틈에서도
시멘트 갈라진 작은 빈틈에서도
어찌 살 용기로 뿌리를 내리며
일용할 물조차도 없었을 텐데
거리에 자위하며 자생하는 코스모스들은
절규하듯 ‘조주의 할’ 인지 ‘덕산의 방’ 인지
내 의식을 잠든 무명을
점령군처럼 일타 가격하며 화끈하게 다가선다
세상에 어떤 꽃이든 잡초든
한 번쯤 피워 볼려고
저 고행의 몸부림이었나
처절하여라 죽기 위해 살려는
저절로 죽어지는 생이었건만
문득 걷던 길 멈추고 그만 내 설움에 울고만다
살고 싶어 몸부림치며
세상이여 아름다워라를 몸소 일깨워 주려
절벽에서 바위틈에 뿌리 내린
생명의 진실함이여 고귀함이여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여름의 막바지에서
그렇게 미친자도 아니었건만 멍하니
거리에서 나처럼 속절없이 울어들 보라
붉은 백일홍을 안고 간절하게 울던가
이승과 저승의 거리에서 막바지에 이르러
절망이 집채만한 파도처럼 밀려와 덮쳐도
살아보자 하고 중얼거리며 거리를 막 배회하다가
어제 오전 11시쯤에는
딱 살기를 다시 작정했으며
열정을 다해서 울고 난 후에
다시 삶이란 화두를 주머니 속에서 꺼내
꼭 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