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식량안보와 급식, 군납의 정의(正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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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식량안보와 급식, 군납의 정의(正義)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9.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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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있던 일로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논쟁이 될 수 있는 사건입니다. 미국 어느 고등학교는 인기 있는 응원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자로 다리 뻗기와 공중회전을 비롯한 역동적인 체조를 보여줌으로써 선수와 관중을 열광케 합니다.

응원단원 중에 뇌성마비 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의 응원단 활동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응원단장의 아버지는 그 아이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합니다. 이것은 핑계이고 실상은 장애인에게 찬사를 받게 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을 인용하여 결론을 이끌어가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하버드대학 교수 마이클 샌델(1953~)의 강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정의(正義, Justice)라는 개념은 우선 목적론에 근거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그 조직이 무엇을 분배하는가’라는 조직의 목적을 묻습니다. 그 관련된 미덕은 분배의 목적물에 달렸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연주를 하는 악기 플루트를 분배할 때 부자나 잘생긴 사람을 골라서는 안 되고, 최고의 플루트의 연주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루트는 연주가 목적입니다.

우선 응원이라는 행위의 목표나 본질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학교에서 응원단원을 뽑을 때 애교심을 높일 뿐 아니라 학생들이 존경하고 따르고 싶어 하는지 자질을 살펴봅니다. 단원들이 보여주는 체조실력은 필수적인 응원기술은 아닙니다. 오히려 휠체어에 앉아 환한 웃음으로 수술을 흔들며 관중석을 들썩거리게 한다면 응원단의 목적을 잘 수행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경쟁에서 뒤지는 장애인이 단원이 됨으로써 응원단에 훈훈한 영광을 안겨줍니다.

요즘 군에서 농수산물 군납 방식을 바꾸는 문제를 두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군납은 가족의 품을 떠나 군부대에서 근무하는 20대 혈기왕성한 나라의 미래 주인공들에게 먹거리를 공급하는 문제입니다.

먹거리는 신선하고 깨끗한 농산물 재료를 써야 합니다. 그동안 농산물 공급은 농협을 통하여 공급을 받아왔습니다. 농협의 본질은 농민인 조합원이 생산자이면서 소유자입니다. 농산물 생산자 중에서 직접 생산한 것을 유통단계 없이 친환경 농수산품을 공급할 수 있는 조직은 농협만한 곳이 없습니다. 거래의 복잡함과 가격은 다음의 문제입니다.

군부대 근처에 살면서 각종 불편함을 감수하는 생산지 농민을 놔두고 대규모 유통회사에 유리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자기들의 편의만 추구하는 정의롭지 못한 행위입니다. 더구나 군대는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명예를 추구하는 가치 조직입니다. 가뜩이나 생태적으로 어렵고 경쟁에 약한 농업·농촌·농민을 제쳐놓고 개념 없이 값싼 외국 농산물을 마구 구입하는 방식은 받는 영광을 똥볼로 처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조직의 목적에 가장 부합되고, 그 행위로 영광을 안겨주는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정의롭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계적 재앙인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한 국가의 농산물은 국가 간 식량안보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군납은 국가가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농협은 우리 농산물을 지키는 최후의 요새입니다. 다시 한번 군납이 지닌 의미와 어떤 것이 더 정의로운 일인가 따져보기를 조언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곧 신이다. 당신 안의 신성(神性)을 발굴하라”라는 정의에 관한 어느 철학자의 외침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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