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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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고개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자장암 감원)
  • 승인 2021.09.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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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용인 신학교

재수하여 겨우겨우 들어가

사회과학 서적이나 몇 권 탐독하던

뒤늦은 호된 질풍노도의 시기

미아리고개 고등학교 때부터

단골이었던 헌책방 ‘이오서점’ 들려

소설이나 시집 나부랭이 헌책 몇 권을 구입하고

광화문에서 우연히 만나

차 한잔 사주셨던

‘옷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의 저자

정다운 스님께서 주석한다는

돈암동 아리랑고개

적조암에 머문다시기에

무작정 친견하러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

대중들 모아 놓고

설법說法 하시느라

뵐 수 없다 하기에

김제가 고향이셨던

부전스님인 혜원스님만 뵈었지

그 후에도 서너 번 그 스님께서

손꼽아 당사주 보는 법도

사사해 주셨는데

그 스님은 명리학에도

깊은 조예가 있으셔서

밀월인가 밀운인가 하는 출판사에서

만세력을 편집하기도 한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자넨 서양 중 보다는 동양 중이 딱이야”하던

그 말씀이 적중하여서인지

공염불空念佛이 아니어서

오늘까지도 동양 중노릇이 제격이어서

처마 끝 풍경이나 물끄러미

올려 보기도 하고

바람의 행방을 따라

흐르는 구름을 따라

정처 없이 훌쩍 길을 나서기도 하며

산도 절도 아닌 곳에서

잠시 머물 때도 있었고

미국으로, 캐나다로, 호주로, 중국으로

머무는 곳이 꼭 깊은 산속만은 아니었지만

속세를 떠나지 못하여 미련이 남아서

이 노릇인가?

중생 노릇에 혹하고 맛들여서 인가?

잠시 수도 서울에서 머물고는 있지만

불현듯이 옛 생각도 나서

어쩌다 한 번은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지나는 인연이 있었던 곳

먼 세월이 흘러

30년도 훨씬 넘게 잘도 흘러서

적조암에서 적조사로 바뀐 그 절을

총무원에 같이 근무하던 지오스님이

주지 다운 주지도 못한 처지여서

오래간만에 서울 절 주지 되었다고

기뻐하기에 축하해 주었더니

삼일천하도 아니고 닷새 주지 하고는

근심어린 얼굴로 날 찾아와

자신은 주지 체질 아니라며

나한테 무작정 떠넘기네

내가 제격이라나

어른께서도 승낙하시고

본인 의사는 채 묻지도 않고는

단 몇 분도 안 되어 결정을 하기에

난 “교주 체질이요” 하려다

그 말도 못 해보았구

몇날 몇일 밤을 잠 못 이루며

고민하고 번뇌하였더니

짐 풀 곳도 없어서

늘 번민하였더니

먼지 앉은 대웅전 부처님께서

안스러워서 “나하고 좀 살자”고 하셨나 보다

미륵 부처님 그림자 길게 메고

팔만사천 번뇌의 끝을 찾아서

바람 따라 또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데

“코로나만 끝나봐라, 오대양 육대주가 내 것이다”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자장암 감원)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자장암 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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