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 그 시끌벅적한 거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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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그 시끌벅적한 거리에 서서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09.17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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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몇 달째 쓸쓸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늘어난 뱃살을 줄여보려
하루 만보를 걸어보려고

핸드폰에 관련 앱을 깔아도 보고
어떤 날은 목표치에

또 어떤 날은 기준치도
전혀 못 미치고

하루 일당을 채우려는듯
종로3가 시끌벅적한 거리를

밤늦도록 무작정 하염없이
걷기도 하고

카페라고 하기에는 어정쩡한
마치 연극이 끝나고

소품을 넣어두는 창고 같은
삼계 선생네 허름한 가게에 들러

더부룩한 속을 달래려고
허전한 허기를 채우려고

탄산수를 몇 잔 마시며
고작 고독을 멈추려는

나조차 달갑지도 않은
몸짓을 시도하다가

또 그렇게 허무하게
몇 시간을 죽이다가

철이 한참 지난 영화 한 편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쓸쓸하고 허전한데

파장한 길거리에
대책 없이 쓰러져 잠든

노숙인과 취객들을 본다
저들에게도 뭔 설움이 있어

저리 잠들어야 하는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테지만

세상은 갈수록 외로워지고
아파하는 이를

위로하려는 이들보다는
타인의 허물만을 찾으려

광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이 씁쓸한 행위를

그저 자조적으로
바라다볼 뿐이지만

하염없이 세월이 어서 흔적도 없이
흘러 주기만을 기도할 뿐

어느덧 저 마주할 수 있는
서럽도록 어두워

푸르게 보일이도 없는
광활한 하늘에

내 인생고를 던지고
돌아오는 내 최근의 일상이다

세상은 속속들이
더 외로워지려고

기승을 부리는 시점이
아닐 수 없지만

대책 없이 쓰러져 잠든
저 고독한 군상들과

밤을 지새우며 침을 튀기던
갑론을박은 또 그 언제였던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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