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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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위한 노래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09.1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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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밀래 '빵을 굽는 여인'(1854)
밀래 '빵을 굽는 여인'(1854)

우리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음’이다. 우리식으로 말하여 ‘밥만을 위해서 살 수 없음’이다. 빵이 내포하는 그 의미는 진실되고 다양하겠지만, ‘생존에 필요한 일용할 양식’ 뭐 이런 뜻이기도, 혹은 ‘축적되는 자산’ 뭐 이런 거 아니겠는가?

인간에게 밥상의 의미보다 비중이 있는 것이 그 무엇이며 어디에 또 있겠는가? 부처도 공양이라 하여 수행의 가장 큰 덕목이 걸식을 하며 자신을 한없이 낮추었고, 제자들과 항상 깨달음의 힘든 노정을 함께 하였음이다. 예수도 열두 명의 사도와 더불어 빵과 포도주로 헐벗고 가난한 허기를 달래며 신의 나라를 기원하였고, 스스로 건설하려 밥상 공동체를 구축함이 언제나 지상과제였다.

말하자면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는 한 식구’, ‘세계는 친구’, 뭐 이런 말들이 종교적 의미로 본다면 ‘대중공양’이며, 수도원의 기도 주제인 ‘밥상 공동체’이지 않겠는가? 한솥밥을 먹으니 한 식구이며 가족이다.

재벌들이 노동자에게 하는 말뿐인 ‘사원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식구’ 하고는 결국 차원이 다른 이유이다. 착취하고 부려먹기 위한 빵이 아닌 것이며, 나누고 베푸는 빵이 되어야 하며, 세상의 질서를 교란케 하지 않는 것이다. 파이를 크게 키워 공정하거나 공평한 나눔이 ‘복지사회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하루에 연명해야 할 일용할 양식은 결국은 한 끼의 끼니이다. 쌓아 놓은 노적이 하루아침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보라. 진시황도, 나폴레옹도, 세계를 제패한 그 어느 영웅도 결말은 북망산의 무덤이 최후인 것이다.

살아생전에 널리 베풀어 그 때에 이르러, 가는 길도 가벼워라. 종국에 업식도 두텁지 않을 터이다. 쓰지도 못할 곡간에 천만 석 곡식들이 서생원께 받친 조공이어서야, 어찌 그리도 인색하여 죽은 후에도 그 명성에 썩은 냄새가 진동하지 않겠는가.

빵 속에 들어 있는 빵의 진실을 꼭 빵 속으로 구겨 넣어 들어가야만 터득하여지나.

화덕에서 구워지는 구수한 빵, 숨 쉬는 빵 속에서 졸고 있는 빵, 배고픈 빵 밑에서 눈물 머금고 울고 있는 빵, 부풀고 발효되어 익을 대로 무르익어 여기저기 사방천지에 난무하는 빵, 허기진 이들이 바라만 보아도 빵 터지는 빵, 배고픈 자식들에게 젖을 물리지 못한 우리네 어머니가 꿈꾸는 그 애절한 빵, 장발장의 허기진 빵, 빵만으로는 살 수 없었던 대중의 돌팔매질로 죽음에 이르게 된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형당하기 전 고급스럽고 사치스런운 포도주와 잘 버무려 우물거리면 입속에서 녹여 삼켜진 빵, 아~ 배고픈 아이가 바라다보는 빵집 유리창 너머 진열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먹음직한 그 빵...

어쩌랴 겨우 나의 빵 한 덩이는 내 창자 안으로 들어와 이끼처럼 달라붙어, 물을 마시면 다시 부풀어 올라 또 다른 빵이 되고, 배설되어 지구를 먹이고, 말라비틀어져 다시 부서지고 발효되고, 수많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바이러스가 되어, 인류보다 많은 훨씬 더 늘어난 중생 그 억겁이 되고 우주가 되는, 그 빵 한 덩어리가 되어 마그마처럼 폭죽처럼 빵빵 터지며, 이 아침을 밝히고 있다네. 비장하여 슬프고 슬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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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 :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

사악하고 사치스러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프랑스 왕비 치고는 오히려 매우 검소한 편이었으며, 선량하고 동정심 많은 성격이었다고 전한다. 사교적이고 만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사근사근했으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편견 없이 사람을 대했다.

루이 16세가 사냥 중에 농민을 다치게 하자, 직접 달려가서 간호해주고 모든 손해를 물어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 앞에 설 때까지 품위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처형 직전 유언은 사형 집행자의 발을 밟고서 남긴 “실례합니다, 무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실제로 사형 전에 그녀가 직접 남긴 글에서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나는 죄를 지어서 죽는 게 아니니까요”라고 적혀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게는 온갖 혐의가 걸렸다. 그녀는 혁명정부로부터 국고 낭비, 정부의 부패, 오스트리아와의 결탁, 루이 16세 당대의 프랑스 궁정은 베르사유 궁전을 건설한 뒤에 누가 더 사치스러운지 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 대단한 사치를 부렸고, 귀족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왕의 저녁식사를 구경하면서 하늘처럼 우러러보았다. 하지만 호기심 어린 수백 명 앞에서 일거수일투족이 구경거리가 되는 왕족들의 삶도 고된 일인지라, 루이 15세의 딸들도 이런 자리에는 꼭 참석했지만 불편해서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였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쁘띠 트리아농 궁을 요양처로 받은 뒤에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주로 이곳에 머물며 베르사유 궁정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역대 프랑스 왕비 중 자신만의 거처를 받은 왕비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유일했는데, 그녀는 쁘띠 트리아농 궁을 자기 취향으로 꾸몄다.

사치스럽지는 않았지만 전원생활에 환상이 있던 왕비는 오리, 닭, 소를 키우고 세브르산 고급 도자기에다 우유를 짜기도 하였다. 왕비는 목가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도교와 비슷한 삶을 살았지만, 이게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미운털 박힐 만한 것이었다.

그와 관련된 악의적인 소문이 떠돌던 당대 생각과는 달리 쁘띠 트리아농은 방이 8개 정도 되는 건물로, 현대 기준으로도 부잣집 별장 정도의 크기다. 감자가 ‘악마의 음식’이라는 오명을 얻으며 보편화 되지 못했을 때, 감자꽃을 모자에 꽂으면서까지 백성들의 감자에 대한 호감을 얻으려 한 적도 있었다. 프랑스 왕비로선 이례적으로 빈민 구제에도 관심을 가졌고 취미 중엔 프랑스식 농사이기도 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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