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애가(哀歌)
상태바
명절 애가(哀歌)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09.23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풍경소리]

추석을 서울에서 보내다니

한편 감개무량도 하여라

언제나 고향의 추석을

기억하는

내 몸뚱이는

이미 엄마가 해 주신

명절 음식으로 들 떠 있지만

잡채, 갈비찜, 동태전, 능이를 넣은 돼지고추장찌개

신김치만 넣은

종이 조각 보다도

가느다란 살점

얄팍한 두께의

엄마 특유의 김치전

밤을 고명으로 넣은 송편

송이국을 배터지게 먹고

음복 술에 취하여

한숨을 자고 나서

재방영 되는

로마의 휴일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무료해지면

어릴적 깨복쟁이

친구 놈들 만나

고향 막걸리로

목을 축이던

옛 시절의 아련한 추석도

눈에 선하게 그리워라

대부분 문을 닫고

귀향한 상가가 태반인

인사동 거리의 을씨년스러움

허기지고 불만족스러운

욕구불만 때문인가

버릇처럼 종이컵에

달달한 믹스커피를

대여섯 잔째 들이켰네

당뇨환자에게는 쥐약인

설탕이며 탄산화물을

듬뿍 섭취하고도

태극당에서 사온

우유식빵을 찢어서

커피물에 찍어서 먹으니

요기도 되고

이거이 썅, 행복이라면

행복일 테지

풍요로운 만족감

푸근한 자존감

만 보쯤을 무작정 힘차게 걷다가

배회하다가

숙소에 돌아오니

지금 막 밤 열시 반이니

내일 새벽 네시까지

그래 일단은 숨죽여

천천히 화두를 드는 거야

곧장 떠나야 하는 거다

지금 당장 하바롭스크쯤을 가련다

블라디보스토크 횡단열차를

밤새워 타고

먼 조상들의 터전인 아무르강도 시베리아도

보고 와야지

더 내키면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모스크바로 가는 거다

밤을 새워 달리는

밤 기차에 타고 있는 거야 라며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네

노란 냄비에 라면 한 봉지

얼음 컵에 쿨피스 한잔이면

더 없이 행복하고

얼마든지 생각은

이미 대륙을 달리고

쉿, 망상 여행 중이라네

아는 척 하지 마시게

제발이네

방금 피부가 하얀

미소를 머금은 금발의 러시아

미녀와 눈이 딱 마주쳤네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