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세종의 리더십, 조합장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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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세종의 리더십, 조합장의 리더십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9.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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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리더십은 토론의 장에서도 훌륭하게 나타납니다. 세종 리더십을 강의하는 박현모 교수의 책 《세종의 수성 리더십》에서 세종은 현명한 토론과정을 보여줍니다.

세종은 여진족의 국경선 침범을 보고받고 여진족 토벌을 상의하기 시작합니다. 세종은 회의 처음에 “어찌하면 좋겠는가?”로 시작합니다. 그는 신하들의 마음속에 당혹스러움을 심고, 그것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봅니다.

참석자 전부에게 의견을 진술하게 하여 찬반이나 문제점을 드러나게 하고 공유합니다. 일의 당사자 최윤덕 장군(崔潤德, 1376∼1445)은 처음에 여러 이유를 들어 토벌 자체를 반대합니다. 계속 설득하여도 안 되자 현지조사 과정에서 알아낸 침입한 여진족의 실상을 내놓고 다시 대화를 시작합니다.

최윤덕은 마음을 바꾸고 “압록강이 마르는 4~5월 경에 해야 한다”면서 시기를 정하여 건의합니다. 이때 세종은 군사의 진퇴를 최윤덕에게 맡기겠다고 말하고, 마치 처음부터 찬성했던 것처럼 책임을 부여합니다.

최윤덕과 달리 허조(許稠, 1369∼1439)는 끝까지 반대합니다. 토론 기간 내내 문제점과 최악의 경우를 집요하게 지적했습니다. 허조는 토벌하기로 최종 결정이 난 후에도 반대합니다.

세종은 그런 허조를 배제하지 않고 어전회의에 참석시킵니다. 세종은 끝까지 그의 의견을 듣고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한 뒤에야 그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세종은 이 토론 마지막에 책임자인 최윤덕이 정리하게 하고, 최윤덕은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계획을 마무리합니다. 세종은 끝에 짧게 한마디 합니다. “최윤덕 말대로 해라.” 좋은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입니다.

조합장은 의사결정의 연속입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앞으로의 경영 수지를 예견하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거나 사무소를 이전하고 신설하는 문제입니다.

각자 의견을 개진토록 하지만 직책이나 직급의 차이로 눈치 보고 솔직한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사실 권투의 스파링처럼 서로 치고받고 공격하고 방어하는 가운데서 결정의 중요 핵심이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병폐 중 하나로 작은 조직은 동조과잉(同調過剩)이 되기 십상입니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다른 구성원의 의견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조직 내에서 상사의 지시나 관례에 따라 소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는 구태의연한 병리 현상입니다.

더 나아가 동조과잉은 무사안일한 자세로 창의력의 결핍을 조장하고 쇄신을 저해하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게 됩니다. 나는 때로 토론 후에 개인별로 각자의 의견을 메일로 받고 면밀하게 장단점을 파악합니다.

거리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기원전 469~399)가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한 데에는 좋은 뜻이 있었습니다. 바로 더 선명한 시야를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들은 알고 있는 현실을 유일한 현실로 착각합니다.

세종도 자신의 무지를 먼저 자백하고, 이를 기폭제로 하여 부하들의 의견을 끌어내고, 구성원의 사고를 깨우쳐서 보는 방식과 보는 대상에 영향을 주고, 합당한 결론이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을 즐기는 왕이었습니다.

세종처럼 어느 방향으로 키를 잡고, 자신 의견보다 참여자의 의견을 다 듣고, 참여자 스스로 체계적으로 행동 순서를 정리하고, 문제점을 알고 보완하여 최종 결정하는 민주적 토론 과정을 배우고 싶습니다. 명백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더 많이 더 시급히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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