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가을의 보상
상태바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가을의 보상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9.30 10: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경의 '가을의 자화상'

우리나라 가을은 참 아름답습니다. 일간지에 연재한 이규일의 《이야기하는 그림》에 나오는 김주경(1902~1981)의 1936년 작품 《가을의 자화상》을 보면 쪽빛 하늘에 피어오르는 뭉게구름과 단풍잎은 말 그대로 가을의 자태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지난 주말 고구마를 캤습니다. 심었던 봄날에 복합비료와 퇴비, 토양 살충제를 뿌리고 적당한 둔덕을 만들어 이번에는 제대로 농사를 짓는다고 했습니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적당한 비가 내려 거의 죽지 않고 살았습니다. 한 번도 애태우지 않고 왔던 터라 수학의 기대도 있었습니다. 욕심이 더 컸던지 결과물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사람의 기술이나 지혜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나는 스스로 겸손하다고 말하지만 자기중심성이 강합니다. 마음속에 생각하는 그 무엇인 신(神) 앞에서 “나는 무엇무엇을 했다”라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적당한 보상에도 익숙합니다. 내가 할 만큼 해서 얼마만큼 받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

우리의 삶의 장면 장면에 등장하는 것은 자신과 신입니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길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체험에서 신의 은총이나 배려를 꺼냅니다. 왜 신은 어떤 사람에게는 은총을 가득히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인색하게 하시고, 아니면 전혀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죄 없이 고통당한대도 하늘이 응답하지 않거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수확(The Harvest)'
빈센트 반 고흐의 '수확(The Harvest)'

가을은 노란색의 계절입니다. 노란색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수확, 몽마주르를 배경으로(The Harvest), 1888》의 그림에 황금빛 감도는 들판과 시원한 가을바람 속에 손놀림이 바쁜 농부가 보입니다.

살아생전에 그림 딱 한 점 팔렸던 그에게 신은 불평등한 존재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생 테오와의 편지에서 보인 하루하루 보내기가 어려운 극도의 빈곤 속에 살았던 고흐의 그림 속에는 신기하게도 절망보다는 풍요가 깃들어 있습니다.

고흐는 매달려도 되지 않은 일이라면 집착하기보다는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세상이 내 바람대로 되지 않을 때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럴 때 깨닫는 순간을 맞이할지 모릅니다. “너는 어디에 있느냐?” 신은 물을 것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청신호 2021-10-01 16:28:26
[봄은 시작과 준비의 계절,
여름은 열정과 노력의 계절,
가을은 수확과 성숙의 계절,
겨울은 마감과 감사의 계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을이 너무 짧아
아쉽기 때문인지 더 좋은 계절로 기억되며,
벼가 익듯 고개숙인 수확의 풍요는
겸손과 성숙을 알려주는것 같습니다.

°수확과 성숙의 계절°
개인적으로...
이 가을에 좀더
성숙해지길 바래봅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