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황제를 부러워한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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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황제를 부러워한 농부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10.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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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나폴레옹 황제를 부러워한 농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고향을 찾아왔습니다. 마을은 들썩들썩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얼마 뒤 나폴레옹은 축제의 형태로 나폴레옹 닮은 사람 뽑기 대회를 열었습니다.

농부 마놀은 나폴레옹처럼 모자에 수탉 깃털을 꽂고, 배가 불룩 튀어나와 보이도록 옷 속에 닭털을 잔뜩 집어넣어 진짜 나폴레옹처럼 하고 출전했습니다. 나폴레옹은 마놀을 일등으로 뽑았습니다.

마놀은 계속 나폴레옹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아내 클라라 혼자 닭을 돌보아야 했고, 닭들은 클라라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닭들은 알을 낳지 않았고, 달걀을 못 먹은 마을 사람들은 달걀을 팔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클라라는 나폴레옹 황제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닭들은 나폴레옹 황제를 비웃으면 부리로 마구 쪼아댔습니다. 마놀이 고함을 질렀지만 닭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닭들은 마놀을 나폴레옹 황제로 생각한 것입니다. 마놀은 얼른 옷을 갈아입고 왔습니다. 그제서야 닭들은 마놀을 알아보았습니다.

닭들은 닭장 안으로 돌아가 알을 낳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알도 먹을 수 있고, 케이크도 구워 먹을 수 있는 기쁨에 ‘닭을 기르는 위대한 농부 마놀’로 칭송하고 마을 한가운데에 커다란 동상을 세웠습니다.

나폴레옹 황제는 마놀에게 말합니다. “황제가 되면 적들이 언제 해칠지 몰라서 항상 불안해. 닭 기르는 일이 행복한 일이야.”

재산이나 지위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세상에 뭔가 좋은 일을 할 때, 그래서 사람들을 기쁘게 할 때 훌륭한 이름으로 남는 것입니다.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가 양을 잃어버린 어린 하인을 매질하고 있던 부자 알두도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행위의 자식이노라.” 그리고 산초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조언합니다. “혈통과 가문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이렇게 묻고 답합니다. “망치는 왜 망치입니까?”, “망치질을 하니 망치이지요.” 본질이 미리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그때그때의 사용에 의해 발견되고 펼쳐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망치로써 행동으로 실천할 때 ‘망치가 망치답다’는 것입니다.

‘나는 왜 소나 말이 아니고 사람일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도 인간답게 행동해야 인간인 것입니다. 사람다운 행동을 하는가를 묻습니다. 순간순간마다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스스로 결단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사람다운 모습입니다.

40년 전 시험 동기생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농협 조합장이라고 하니 깜짝 놀란 표정입니다. 제대로 살고 싶었던 제 용기를 그는 이해할 것 같지 않습니다. ‘나의 행동이 농협 조합장으로 마땅히 할 일을 하는가’ 내 양심을 흔들어 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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