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오징어 게임’,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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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오징어 게임’,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10.20 13: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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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모두 다 시인이 된다고 합니다. 하나씩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움직이게 됩니다. 단 한 번뿐인 삶과 한 해의 낙엽이 스치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리고 인생을 생각하고 삶에 대하여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잘 사는 건가.
어떻게 살아야 되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456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두고 ‘너 죽고 나 살자’는 게임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참여한 인간군상(人間群像)입니다.

조상우라는 자는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엘리트이지만 투자실패로 거액의 빚 때문에 이 게임에 참가했습니다. 그는 1등 아니면 실패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비정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무한경쟁의 축소판입니다.

작든 크든 나부터가 조상우처럼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끊임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우리는 전사(戰士) 같은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왜 우리는 그처럼 필사적으로 그처럼 무모하게 행동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845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는 도끼 한 자루를 들고 마을을 등지고 매사추세츠주의 콩코드 마을 근처 월든(Walden) 호숫가로 가서 통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고, 숲속 생활을 하면서 인간과 자연, 사회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고, 명작 에세이 《월든》을 남깁니다.

하버드 대학을 나온 그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소위 세속적인 성공에 깊은 회의를 가집니다. 그는 어떤 것에도 속박 받지 않은 자유로운 인간의 길을 탐색합니다. 산업의 발전과 자본주의로의 진화가 인류에 안락과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는 19세기의 기대감에 엄중한 경고장을 날린 것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참다운 인간의 길, 자유로운 인간의 길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그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는 어떻게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를 질문합니다. 사람의 육신은 조만간에 땅에 묻혀 한 줌의 흙으로 변하는데 부질없는 근심과 과도한 노동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따보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합니다.

“내가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다 해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으므로 값비싼 양탄자나 호화 가구들, 맛있는 요리, 그리스식이나 고딕식의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 우리가 소박하고 현명하게 생활한다면 이 세상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다.”

시대의 반항아 허균(1569~1618)이 세속을 떠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한정록(閑情錄)》에서 중국 양나라의 한 선비가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산중에 숨어 살았는데 왕이 산중에 무엇이 있기에 그곳에 사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답합니다.

산중에 무엇이 있냐구요
고개 위에 흰 구름이 많지요
단지 혼자만 즐길 수 있고
임금님께 가져다줄 순 없지요. 『사문유취』

유유자적한 삶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지위나 명예, 부를 위하여 안간힘을 씁니다. 실상 중요한 것은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냐 인데 사람들은 남이 좋아하는 것을 꿈꾸고 남의 욕망을 자기 욕망으로 만듭니다.

《월든》에서 소로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그리고 토지를 재산으로 보거나 재산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천한 습성 때문에 자연경관은 불구가 되고, 농사일은 품위를 잃었으며, 농부는 그 누구보다도 비천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 인간의 경작지는 태양이 매일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멋진 풍경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농부는 수확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 밭의 수확물의 독점권을 포기하고, 날아다니는 날 짐승에게도 제물로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된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제발, 정신 차리자!” 도시 세상 속의 은자(隱者)는 애써 마음 안에 둥지를 틀려고 합니다. 밖의 소식을 전혀 듣지 않고 지낸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남들이 보는 것과 다른 곳을 보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아무리 인간적인 사람일지라도 사악함이 있습니다. 그 차이가 얼마나 있느냐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헤아려 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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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호 2021-10-20 19:38:36
누구나 가치의 기준은 다르지만,
세상에서 돈으로 살수없는것들을
시장에서는 공공연히 돈이면 다 된다는듯
거래되는 경우가 있기에,
이러한것들이 도덕을 밀어내고 시장에 들어와
미덕을 사라지게하고,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하기때문에
도덕을 밀어내고 있는
시장을 제자리에 놓으려면...

사회관행과 재화의 본질을 퇴색하는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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