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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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10.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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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어느 해 늦여름

논산 명재고택 다녀오는 길에

도로변에서 파는

분재 몇 점을 헐벗은 주머니를

몽땅 털어 사보았네

정원에 늘어놓으니

갑자기 부자가 되어

수목원 주인이나 된 듯이

풍요롭게 아침을 맞이하네

물도 주고 사람 새끼 마냥

온갖 정성을 기울이다

갑자기 남쪽지방에 볼일 있어

며칠 동안 비운 사이에

나무들이 노친네들 노환에

시름시름 앓아눕듯

열매는 커녕 잎새가

갈색으로 마르더니

제아무리 살리려

혼신의 노력을 다해보았지만

수명을 다하였네

화분 놓였던 자리에

자국만 남겨지고

메마른 가지를 보면

돈도 아깝지만

내버려둔 시간에

저 홀로 견디지 못해

떠난 나무 시체들을

들어보니

올 때보다

훨씬 가벼워라

인생도 떠날 때는 홀가분해야 하듯

나를 반기고 늘 기다려주던

한 존재가

그렇게 떠나가고 나니

허전하기만 하다

분재 한 점에 정성을 기울이고

애지중지했지만

이 또한 집착의 덧없음을 깨우치게 된다

소유란 이와 같은 것

내 몸조차도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늙고 병드는데

이 세상 모든 이치가

그러할 진데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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