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전설(傳說),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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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전설(傳說), 가을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11.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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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하늘을 지붕 삼아
땅을 요 삼아 살아가는
호연지기의 서울역 노숙자도
어떤 슬픔과 노여움을 지닌
온전한 존재의 몫으로
한 생을 구속받지 아니하고
마음껏 주어진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기 마련이라네

길가의 나무들을 보시게
그 잎이 내려앉는
소리도 좀 들어보시게
​어느 때는 싱싱하고
푸르른 날 있어
이파리 초록이었으나
잎이 질 무렵이면 서걱거리다가
끝내는 소멸하고 마는데
저무는 시절 한 잎
아프게 시들어
먼지가 되고 마는데
삶도 살다 보면
가슴 서걱거리는 날이 왜 없었겠나
​서리서리 맺힌 서러움의 날이
왜 울컥울컥 울고 싶은 날이
왜 없었겠나

또다시 돌고 돌아온
계절의 전설傳說 앞에서
저 나무들은 홀로 단풍들거나
홀로 붉어지지 않듯이
한 세상 서늘한 계절이
또다시 도래하여
마침내 서로에게
짙게 물들어 갈 때면
가난한 영혼들의 시린 빛깔처럼
온 산은 눈부시도록 곱기만 하다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가는
들꽃을 바라볼 때면
인생길에서 만난
떠나간 당신들의 숨결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듣게 된다
홀로 나를 연민할 때쯤
계절은 또다시 윤회*하듯
여러 번 바뀌어지고
세월의 물결은
나이테처럼 드리워진
인생의 회한에
새로운 꽃은 피고
지난 인생들은 저절로 간다

이 밤을 잠 못 이루며
괴롭히는 그 까닭에
슬프고 시린 영혼이 울고 있다
갈 바람 세차게 불면
너도 갈테고
나도 가련다
우리 모두 허虛한 이 계절 지나면
물들어 갈테고
혹은 시들어갈텐데
다람쥐 쳇바퀴 돌며
깊어만 가는 인생의 가을날에
나처럼 혼자서 술을 마시거나
울컥 울지는 말아라

 

*윤회輪廻

윤회는 싼스끄리뜨의 삼사라(saṃsāra)를 번역한 말로 전생轉生, 재생再生, 유전流轉을 말한다. B.C. 600년경 우빠니샤드(Upaniṣhad)의 문헌에서 비롯되어 널리 전파되어 인도의 업설(業說)과 결합되고, 고대 우빠니샤드시대로부터 중세 베단타(Vedānta)에 이르기까지 전해지고, 힌두교에도 영향을 끼쳐 보편적인 사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불교에서 윤회전생輪廻轉生이라 하는 사상적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인간의 행위를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측면을 규정하고 전생의 업에 의해 현생의 과보를 만들고, 현생의 업에 의해 미래가 결정되는 윤회전생의 사상을 발전시키는데, 초기의 윤회설이 오화이도설五火二道說이다. 오화이도는 오화설과 이도설이 합해졌는데, 오화설은 사람이 죽어 화장하면 달에 가서 비가 되어 지상에 내려와 곡식이 되고, 이 곡식을 섭취함으로써 남자의 육체에 들어가 정자가 되고 모태에 들어가 재생한다는 설이다. 당시의 강우현상과 화장관습이 결합하여 연기를 타고 천계에 오른 아트만이 비가 되어 다시 지상에 내려온다는 순환의 모습에 의거해 윤회를 설명하는 소박한 사상이다. 이도설은 신도神道와 조도祖道를 말한다. 신도란 수행자가 오화설을 알고 산림 속에서 고행하여 범계에 태어나 다시는 이 지상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것에 반해 조도란 제사와 보시를 행하는 사람은 오화설에 의거해 윤회한다는 것이다. 바이셰시까(Vaiśeṣika) 같은 학파에서는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가행(yoga行)의 수행을 역설 했으며 모든 업을 짓는 원동력은 탐貪, 진瞋, 치癡등과 같은 번뇌 때문이다. 이 번뇌에 의해서 이루어진 업력은 그대로 보존되었다가 삼세三世로 윤회하면서 과보를 나타내게 된다.

일체 유정有情은 각자 미래의 자신을 만들 독자적인 업인 불공업不共業을 지어 자신의 과보를 마련함과 동시에 그 소의처所依處인 기세간器世間을 마련할 공통적인 업, 즉 공업을 지어 이 공업에 의하여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과정에 따라서 무한한 연기緣起를 계속하게 된다. 또 일체 유정은 각자의 독자적인 업력에 따라 혹惑, 업業, 고苦의 삼도三途에 의하여 끊임없이 윤회전생하게 되는데, 이 윤회의 상태를 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로 설명하며 삼세양중三世兩重의 인과因果로 해석하고 있다.

행위에서 뭉쳐진 업이 없어지지 아니하고 삼세로 윤회하게 되므로 그 윤회의 주체가 되는 어떤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 같이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회의 주체가 되는 어떤 업력이라는 것은 하나의 힘이며, 고정된 실체는 아니다.

현실적인 아我는 육체적 요소인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색色과 정신적 요소인 수상행식受想行識이 임시로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면 이 육체와 수, 상, 행, 식이라는 분별심分別心은 흩어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 육체와 정신이 작용해서 이루어진 업력은 없어지지 않고 다시 새로운 연緣을 찾아서 윤회를 계속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색으로 된 육체는 장작과 같고 수, 상, 행, 식의 정신은 그 장작이 탐으로써 생겨나는 불과 같다. 만일 장작이 다 타버리면 불도 따라서 꺼진다. 이와 같이 육체가 멸하면 수, 상, 행, 식 인 분별심도 따라서 없어진다. 그러나 거기서 발생된 업력은 없어지지 않고 내생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또다시 내생을 불러일으켜 쉬지 않고 생사윤회를 계속하는 것이 범부중생의 세계이다. 그러나 불보살佛菩薩은 이 생사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이러한 윤회의 관념은 불교만이 아니라 동, 서양의 많은 문화권에서도 익히 발견할 수 있다.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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