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인생이 달라졌어요” 시각장애 딛고 색소폰 연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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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인생이 달라졌어요” 시각장애 딛고 색소폰 연주자로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11.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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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예술in] 버스킹 밴드 ‘임동환웨이브’
색소폰 연주자 임동환 씨(왼쪽)와 신태선 대표.
색소폰 연주자 임동환 씨(왼쪽)와 신태선 대표.

길거리 공연 ‘버스킹’의 매력에 빠져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 밴드가 있다. 지난 2018년 결성된 버스킹 밴드 ‘임동환웨이브’(대표 신태선). 지역방송에도 두 차례나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임동환웨이브는 색소폰, 보컬, 베이스, 건반 등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로 연 30회 이상 버스킹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결성된 뮤지션 동호회 ‘퍼니뮤직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다.

이 밴드의 유명세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1급 시각장애 임동환 씨의 뛰어난 색소폰 연주 때문이다. 그는 결성 초기부터 밴드와 함께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공연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인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동환 씨가 색소폰을 처음 접한 것은 15년 전이다. 교사로 근무하는 대전맹학교에서 강사를 초청해 기초과정을 배우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후 독학으로 ‘독하게’ 연습해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저는 악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전부 외워서 연주합니다. 악보를 외우려면 연습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실력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주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악보를 볼 수 없으니 확실히 연습해두지 않으면 실제 공연에서 실수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일반인들은 악기를 배울 때 소리를 낼 줄 알게 되면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데 그는 악보를 볼 수 없어 1~2년간 기초연습만 했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기초연습을 하면서 지금처럼 좋은 소리가 나고 톤이 잘 잡힌 것 같다고.

그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음악을 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밴드를 하기 전에는 여행을 다니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국으로 공연도 다니고, TV출연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피나는 연습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색소폰 연주자로 거듭난 임동환 씨와 함께 임동환웨이브를 이끌고 있는 신태선 대표는 “수준 있는 버스킹으로 대전에 길거리 공연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신 대표가 버스킹을 시작한 이유는 시민들과 좋은 음악을 나누기 위해서다. 야외에서 공연하면 음악을 하는 사람도 더 재미있고, 시민들도 더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소소하게 활동을 시작한 임동환웨이브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문화행사와 공연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2018년 8월 제주 플레이스캠프 초청공연, 9월 전국생활문화축제 대전대표 참가공연, 12월 대전맹학교 축제 공연, 2019년 3월 대전 도시철도공사 개통 13주년 기념행사 초청공연, 5월 대전역 장애인의날 모락모락 콘서트, 곡성 세계장미축제 초청 버스킹, 7월 보령 머드축제 초청 버스킹, 10월 영도등대 버스킹, 2020년 10월 곡성 장미축제공원 로즈블러썸 버스킹, 12월 대전밴드연합공연 등에 참여했다. 2018년 KBS 지역방송 ‘거북이 늬우스’, 2019년 11월 TJB 대전방송 ‘당신의 한 끼’에 출연했다.

이들은 모두 직장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장생활과 밴드활동을 병행하느라 힘든 점도 있지만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음악을 하는 임동환 씨를 보며 힘을 얻는다. 누구나 노력하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산증인이다.

밴드 멤버들은 쳇바퀴 같은 삶에 지쳤을 때 젊은 시절 추억을 되살려 음악을 다시 시작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전의 버스킹 여건은 녹록치 않다. 신 대표는 “장소도 마땅치 않고 지자체 등 기관에서 행사를 주최하는 일도 적다”며 “버스킹을 할 때마다 사전에 주변 상인이나 주민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와 달리 부산을 비롯해 많은 도시에는 ‘버스킹 스팟’이 따로 있고 사전신청만 하면 공연을 할 수 있다. 뮤지션과 시민 모두 편하게 버스킹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 버스킹을 하는 것은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버스킹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너무 즐겁고, 음악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신 대표는 오랫동안 아마추어 음악동호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음악에 대한 목마름’이라고 말한다.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보람도 크다.

임동환 씨도 버스킹이 너무 즐겁고 보람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공연 끝나고 관객 한 분이 찾아와 ‘시력이 점점 나빠져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임동환웨이브는 ‘위드 코로나’를 맞아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버스킹 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버스킹 페스티벌’을 추진해보고 싶습니다. 버스킹 스팟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해외공연도 하고 싶습니다.”

‘시각장애가 있지만’ ‘직장인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들의 새로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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