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우울하고 지치는 순간이 오면...
상태바
삶이 우울하고 지치는 순간이 오면...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11.17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풍경소리]

삶 속에서의 우울은 결국
못마땅함이다
거시적으로는 세상에게
미시적으로 나에게
불평과 불만이 응축되어
단단히 고체화된 덩어리가
내 가슴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생리적 상태라고나 할까

주머니에 돈이 없거나
되는 일이 없거나
술 한 잔 사주는 놈도 없고
평소에 친절하거나
만만했던 놈이
어느 날부터 우습게 보는 듯할 때
언 놈이 내 전화를 며칠째
의도적으로 씹거나
뭣도 아닌 놈에게
괜스레 무시당한 듯할 때
존재감에 상처를 입거나
사는 것이 좀 억울하거나
학교 다닐 때에는
별 볼일 없던 놈이 돈 좀 벌고
어떤 놈은 닭벼슬 만도 못한 직위가 높아졌다고
출세 좀 했다고
거만하게 잔뜩 무게를 잡으며
어울리지 않게 개폼을 잡고
검은색 세단을 타고
동창회나 모임에 나타나
별안간 허세를 부리거나
회사의 상사나 동료가
사람을 아주 헐값에 보며
아예 무시하거나
부당하게도
당치도 않게
만만하게 볼 때면
헛살았구나
기분 참 드럽게 꿀꿀하네 하며
자괴감이 들어서
그러므로 세상살기가
싫어지려고 할 때
문득 우울이 꽤 친한 척
엄습하여 온다

필시 이 우울의 근원도
결국 온전히 내 몫이며
나로부터 말미암은 것이지만
우울의 마지막 끝을
보고싶다고 하여
절망하여 혹은
절벽의 끝에 서려 하거나
난간에서 망설이거나
폭음을 하거나
폭식을 하여 본들
또는 항우울제를 먹을 때 쯤이면
내 몸만 축나고
내 영혼은 만신창이가 되어
볼 장을 다 본 것이다

우울할 때 치유의 한 방법으로
무작정 걷기에 몰입해 보라
진땀이 나고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거나
발톱이 빠질 지경까지
한 삼만 보쯤을 걸어 보고
내 몸을 혹사했으니
이제는 보상 좀 해줘야지 하고
얼음컵에 콜라를 따라 한 잔 하거나
김밥 한 줄을 우걱적 우거적 씹으며
혓바닥이 얼얼하도록 매운 떡볶이를
땀을 줄줄 흘리며 먹든가
그도 아니면
비장해 둔 위스키 한 잔을
가볍게 털어넣거나
혹은 벨기엘제 초콜릿 한 개를
달콤하게 혀로 녹여보라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졌던 순간
지구의 이 시간에는
그 엿 같은 우울감으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고
고독한 산보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태반이라네

세상이 아주 만만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을 때
무작정 하염없이 걸어 보세나
걷다 지쳐서 만사가 귀찮을 정도가 되면
따뜻하게 하여 이제는 몸을 뎁혀주게나
치유는 이 방법밖에는
용납할 수 없는 비루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모든 걸 다 용서할 수만 있다면
내 안에 단풍잎처럼 깊게 물든
이 우울 떨쳐 낼 수만 있다면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내 몸을 살리는 야생차
대전의 고택
인물로 본 충남역사
우리동네 예술in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