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화이위조(化而爲鳥)의 미래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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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화이위조(化而爲鳥)의 미래경영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11.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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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베스트셀러 리처드 버크(Richard Maurice Bucke, 1837~1902)의 단편소설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이라는 주인공 갈매기는 다른 갈매기와 달랐습니다.

보통의 갈매기는 눈만 뜨면 어선 뒤만 쫓아다니면서 생선이나 얻어먹는 것을 자기 삶의 전부로 여기고 오로지 거기에 골몰합니다. 그런데 조나단은 보통 갈매기의 능력과 생각을 넘어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아름답게 날겠다는 열망에 시간과 정력을 다 바칩니다.

드디어 그런 경지를 다다른 조다단은 다른 갈매기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다른 갈매기들은 이런 것은 미친 짓이고 허황된 꿈으로 간주하고, 갈매기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반사회적인 존재로 여겨 조나단을 추방합니다. 매일매일 먹고살기도 힘든데 그 뜬구름 잡는 소리같은 당치도 않는 말을 해서 자신들을 현혹시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건전한 상식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나 역시 지역농협을 경영하면서 ‘건전한 상식에만 매달리는 보통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매년 결산하여 배당을 주는 여건에서 10년 후를 내다보고 당장은 손해를 보는 대형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듭니다.

4년마다 조합원들의 직접선거로 신임을 묻는 시스템에서 자칫 냉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리스크 많은 장기적인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을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쉽게 대답이 안 나옵니다.

장자(莊子) 전체를 통하여 가장 중요한 글자는 화이위조(化而爲鳥)의 ‘화(化)’, 즉 변화입니다. ‘아주 큰 물고기가 새가 돼서 하늘을 날자’입니다. 장자는 제1편인 소요유(逍遙遊)에서 우리를 대붕(大鵬)이 되는 상상놀이로 안내합니다. 대붕의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올라 우리네 모습을 내려다보게 합니다.

농사는 기후가 최대의 변수입니다. 이 기후가 급변한다고 세상은 떠들고 법석이지만 이를 대비하는 투자는 미련한 짓으로 보고 아직은 망설이고 있습니다.

도시농협의 최대수익은 금융을 통한 이익 창출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신용분야 매출 총이익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이에 대비하는 먹거리 창출은 아직 과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는 가까운 숲으로 놀러 온 사람에 불과합니다. 나는 세끼 먹을 것만 가지고 가면 됩니다. 그러나 농협은 천 리 길을 가는 나그네입니다. 적어도 석 달 먹을 양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장자와 같은 도가(道家) 사상가인 노자(老子)는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것은 도(道)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여름 한 철을 사는 메뚜기들입니다. 어찌 봄이나 가을을 알겠습니까?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면서 이 변화의 한계를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 우리가 걸어야 할 도(道)가 아닐까 합니다.

장자 소요유 편 끝머리에 조금은 위로되는 말이 있습니다. 지인무기(至人無己), 지극히 순수하게 일하는 사람(至人)은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장자는 노니는 마음(遊心)으로 살자고 합니다. 노니는 마음이 즐거우면 되었지 그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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