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진
비늘이 손질 되어진
뱃속은 댕강 갈라져
소금에 버무려
다 그런거지
산다는 게 뭔 대수가
뭐 어쩔 수가 있었나
그저 건들거리고
활개치며 산 적도
지난날 검푸른 깊은 바다를
내 집인 양
내 꺼인 양 꼬리치던
지난날이 있었지
삭발한 올깎이 동자승의
민머리처럼
맨들거리는 굴비
인생도 삶의 종말도
종착에 이르러서는
각주며 참고문헌에
어떤 의미부여이며
뭔 부연설명이 필요할 텐가
어느 누구나
또 비늘을 한풀 벗기고 보면
속살처럼 맨들거리고
고종명에 참고문헌과
각주 따위가 소용이 없으련만
조기 눈을 부릅뜬
접시 위에서 애꾸눈을
초롱초롱 부릅뜬
몸서리치는 아픔을
쓰라린 몸부림을
최후의 몸짓
부질없는 꼬리로
도마를 한번 탕 치고는
사무라이들의 꽃
그 벚꽃 질 때처럼
처연히 낙화하듯
맥없이 땅에 떨어져서는
보랏빛 남실대는
그윽한 깊은 바다
짠내 나는 사는 맛 가득한
바다는 눈에 선하여
눈물 한 방울 흘리며
고향을 그리며
덧없이 사라져
그렇게 백골이 되어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