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악마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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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악마를 보내며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12.06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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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장기판에서도 왕은 늘 불안하다
궁궐을 점령하려는 차, 포, 상, 마는
틈이 나는 대로 장을 치려고
안간힘을 쏟고
심약한 문신들의 미약하기만한 한계는
도처에서 드러날 뿐

실제에서도 자격 미달이었던
왕의 캐릭터는 우스꽝스럽기만 하여
연기력도 한참 부족할뿐더러
그는 의리 있는 괜찮은 시종들을 꽤 거느렸지만
진실성은 언제나 부족하였으며
간혹 그를 찬탄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결같이 그의 압제와 폭압의 시대가
그들의 잘 나가던 전성기였으며
빵 부스러기라도 챙겼던 꼰대들은
그의 오늘 아침 발인에
인생의 덧없음이 더욱 체감된다.

정의사회구현 이라는 그의 구호는
잘살아 보세 보단 더 먹혀 주지 않았지만
그의 권좌를 이은 믿었던 오랜 친구의 배신으로
자의든 타의든 골 깊은 산사에 유배당한
혹독한 겨울을 나야 했다
그의 우유부단한 후계자 또한
영구집권과 영생을 보장해 주진 못하였으며
병고를 앓다가 수십일 전 허망히 떠났다환생할 적임자를 위해서
무덤 안에서도 그들은
짙은 색안경을 쓰고는
각자의 포즈를 신경 쓸 것이다

어쩌면 방금 전에 죽은 그들이 모여들어
웃고 떠들고 시끌벅적이더니
다시 잠잠해지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역사 속으로 잊혀질 것이다
그들의 갈아진 뼈는 으스러져
돌이 되거나 흙이 되거나 바람이 되어
이 우주 어느 구석을 유영하리라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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