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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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의 우울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12.0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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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소식 끊인 지 여러 해
이제 또 그 겨울처럼
아직도 흔적조차 묘연하기만 하다네
오늘이 대설인데도
첫눈 소식은 없다지
미세먼지로 희뿌연한 잿빛 세상처럼
한 치 앞조차 더욱 불투명한 미래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한 치의 양보도 없고
변함없이 소란스럽다네
그는 그저 우중충한 거리를
힘없이 걸을 뿐
잃어버린 나를 찾을 이유도 없지만
그리움은 오래도록 식지를 않고
미련만 자꾸 쌓여만 간다네

눈이 내리면
봄바람에 서서히 녹을 테고
물이 되어 흔적 없이 사라졌었도
다시는 잃어버린 나를
그는 영원토록 볼 수 없을지라도
소월의 떠나간 그 님처럼
행여나 그 거리에서라도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만나질까 하여
무작정 배회하였지만
나를 결코 만나질 수 없다는 것도
그 운명을 익히 아는 지배적인 의식은
떠도는 그의 몸이 주체할 수 없을 뿐
멀리 떠나간 한 사람의
그 슬프디 슬픈 뒷이야기를
그대들이여 아는가

한 사람이 그럭저럭 살다가 죽었다고
이제는 그 사람
이 시끄러운 세상의 거리에서 더는 없다고
쉽게 말하지는 말라
어떤 이들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도 하였지만
죽은 나는 허무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고
남아있는 이들이여
나는 침묵하지 않았으며
항시 말하고 있었다네

죽은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그 사람은 ‘다시 살아오마’
몇 번을 되뇌며 말하였듯이
그 사람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이
다 소멸해 죽었을 때에나
그때서야 그 사람도 죽는다고 말하지만
그해 겨울처럼
지상을 덮이듯
그때의 눈이 무덤처럼 쌓이기를
가슴에 슬픔일랑
그 눈처럼 녹았으면
오늘 내가 죽어가는 동안
내일의 그들도
다 함께 죽어갔다

늘 따뜻하게
품으로 감싸안아주던
그러한 한 조각 생각은
나의 서글픈 기억 속에서
그는 언제나 밝게 웃는다
어느 날 물이 되어 돌아온 나를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였다네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떠난 그였으며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나였는지 모른다네
내가 떠나고 남긴 유품을
새벽에 문득 깨어 만져보는
그 기분을 나는 알겠는가

길을 뒤돌아 보면
흔히 어느 거리에서 한 번쯤
그를 마주친 것도 같았네
그대와 나는 도대체 얼마나 멀리
수만 리쯤을 떠나온 것일까
살아간다는 건
누구에게나 죽음을 유목한다는 것
그가 떠난 자리에 잠시라도 머물며
나를 목놓아 불러보아라
서러움의 눈물 마냥 흘리면서도
이 쓰라린 아픔을 꾹 참고
나는 대답하지 않으리
그는 나였으면
나는 그였다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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