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의(尿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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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의(尿意)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12.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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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나이를 조금 먹으니
요도가 짧아졌나
당뇨가 심해져서 인가
오줌을 참지 못할 때가 간혹 있다
물이나 녹차를 많이 마신 날이면
한 타임만 오줌을 참으면
다리를 후덜덜 떨며
막 거의 오줌이 나오려 하는 걸 참다가
갑자기 요의를 변기에다 쏟고 나면
일순간 어떤 쾌감이
그 시원한 느낌

어제는 깊은 밤은 아니었지만
초저녁 무렵 잠도 오지 않고
가슴 속에 열이나 식히려
매서운 겨울바람이나 쏘이려
거리를 걷는데
변소도 찾을 길 없고
급한 김에
두리번 거리다
한 구석에서 고무줄 바지춤을 내리고
폭포수는 아니지만
거품 가득 은방울 같은
아니 은무덤 오줌을
이름 없는 거리에서 낯선 가로수에게
목이나 좀 축이라고
한껏 쏟아 주었었더니
그 나무가 말하는 듯
“어제는 어떤 취객 놈이 토사물을 쏟더니
넌 또 뭐냐?”
필시 뭐라 뭐라 하는 듯
나무가 내 하나밖에 없는 거시기를
빤히 쳐다본 듯
분명하다, 봤어!

다행히도 이 나무
수컷이었으니 망정이지
암컷이 보았으면
낭패였을 것이다
급하다고 함부로 바지 내리면
암컷 나무가 그것을 보고
“참 멋지다”고 할까
그 나무는 비명을 지르리라
내 그것을 본 나무에게 급한 김에
한 잔 하라고 바지춤 내리고
거품 오줌을 잔뜩 싸재끼고 떠나려는 튀통수에다
꼭 한마디 하는 듯하다
“좆도 아닌 게 그것도 좆이라고”

나는 거의 반성하는 중이다
나무에게서 격외도리*와
덕산스님의 한 방棒**을
뒤통수에 맞고 깨우치고 있는 중이다

 

*格外道理

선종에서 격식과 단계를 벗어난 수행의 이치를 이르는 말이다. 어떤 일을 도모하려는데 때로는 격식과 형식을 갖추어야 할 경우도 있지만, 격식에 치중하다 보면 그 격식의 수준을 능가하지 못하게 되으로 격식 때문에 일을 더 훌륭하게 완수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사람의 격에는 깊이와 넓이가 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고자 하면 한두 차례 닦고 나면 완성되고 격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진실로 인간의 본능적 감성을 감추고 단순히 겸손이라는 단어로 자기를 포장하여 남에게 보여 주는 격은 진정한 의미의 격이 아니며 일반적 격을 뛰어넘는 진정한 격외도리가 아니지 않는가.

**德山棒

덕산선사는 제자가 자의식이 강하여 또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내면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몽둥이를 내려쳐서 잠든 마음을 깨우고자 했다. 또한 절 안을 뒤져서 무슨 책이든 눈에 띄기만 하면 모두 불살라버렸다. 무엇 때문에 덕산은 이런 파격을 행하였던 것일까. 선종에서는 직관어(直觀語)를 쓰려고 한다. 단번에 그 본래 마음, 마음 바탕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리하여 선사들의 언어는 장황하지 않다. 은유적이고 시적이면서 간결하다. 언어를 쓸지라도 안 되면 몽둥이를 든다. 몽둥이를 들다가 안 되면 또 소리를 지른다. 그것도 안된다면 평소에 자기가 했던 습관들이 나온다. 곧 ‘덕산 방’이고 ‘임제 할’을 말함이다. 방과 할에 놀란 혼미함이 바로 그 순간, 사라진 것처럼 보이던 의식은 활발히 다시 출현한다.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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