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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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의 세대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12.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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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세상에 웃음 주는 인간들이

거의 다 사라져 간다.

웃기는 자들이 마땅히 서야 하거나

살아야 할 땅조차도

이제는 이 지상엔 없다.

우리가 어릴 때 장래 희망이

코미디언이던 시절도 있었다.

비실이 배삼룡, 땅딸이 이기동, 삽살이 서영춘

웃겨 주거나 웃게 해줄 그 무엇도 전무하던

콱 다문 입술로 밥을 먹을 때만 입을 열어야 했던

그야말로 ‘권위주의적 시대’였다.

세태를 조롱하거나 풍자를

내란음모죄와 국가보안법으로 엄히 다스렸다.

넘어지거나 바보가 되어야 웃음을 주던

원래 세상은 그런 것이었지만

권총을 차고 등장한 박통의 시대는

계엄령과 포고령과 권위와 위엄의 시대였다면

서울대와 육사는 동급이며

진학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었지,

이제는 자본과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세대로

바통체인지 되어 업그레이 된 듯

아이들의 꿈은 대기업의 임원이나

철밥그릇 공무원쯤을 꿈꾸는

그런 개성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저 주책없이 날뛰기만 하는 크샤트리아만이

천지분간을 모르고 이전투구로 난무한다.

전쟁과 살육이 취미이거나

농간과 특기가 주 임무인 그들에게서

휴머니즘은 뭔 개뿔이겠는가.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날만 궂으면 푹푹 쑤시는 통증으로

덧없는 세월만 탓하는 그 노파뿐 아니라

아니 그 모든 중생의 결말은

병고와 아픔, 그리고 죽음뿐

언제나 억눌린 세상이다.

압제의 시대에 인간해방은

시대가 주는 책무라며

민주주주와 인권을,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며

목울대를 파르르 떨고

울분의 막소주를 들이키며

토하기를 반복하던

그 자들도 이제는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어느 날부터는 변절의 노선을 뚜렷히 걸으며

가시밭길 투쟁의 삶보다는 피빛으로 얼룩져

미친년 빤스 같은 세월과 함께 무뎌진 정의감이며

의로움보다는 적당한 타협으로

제도권 정치에서 오래 머물기를 고대하고

공화국 건설을 불철주야 염원하기 보다는

오이나 오렌지를 적당히 희석한 부드러운 소주를 날로 마시듯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전략과 전술조차도 부재했던

젊음 날의 고단한 삶이

대책 없이 순수하기만 한 현실과는 괴리되어

열정에 감추어진 이상주의 였을 뿐이었음을 뒤늦게서야 깨닫고

젊음을 뜨겁게 불살라 버리던

지극하게 몰두하고 헌신하였던

신념이며 가치들은 바람난 사내의 뒤집어 입은 빤스꼴 마냥

영악하고도 재빠른 변신만이

승부 없는 전쟁터에서

신내린 강신무 집 앞 긴 장대에

얼기설기 메달은 붉은 깃발 나뿌끼듯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우리 시대는 이미 물신주의와 개인주의 시대로 급속히 변화 발전하여

혁신과 개혁의 물결을 자본가들이 이미 설파했거나

“마누라 자식 빼고는 다 변해야 산다”는 둥

먼지 같은 개돼지 같은 하찮은 민중은 매섭게 조져야 한다는

영혼은 이미 부재중인 쳐죽일 고급 관료 새끼들처럼

이미 자아니 정체성이니 하는 것은

오로지 일제 침략기에 살아남기 위해 변절하였거나

스스로 선택한 앞잽이의 길을 걸었던

친일파의 어수룩한 합당치도 않은 이론적 방편으로

철저히 무장되어 갔다

이제 386이 486도 586이 그러했거나 그러할 것이며

우리는 이제 그 변절의 화신들이

686이 되고 786이 되거나 어서 886이 되어

거의가 입적하거나 소천 하거나 선종하거나 영면하거나

조국을 등지고 월북을 하거나

인디언의 땅 미제의 심장부로 이민을 가거나

어디로 갔다가 두문불출하거나 귀가 하거나 귀국 하거나

하산하거나 어디서 돌아오든

제 꼬리를 물려고 뱅뱅 돌고 있는 어리석은 개꼴로 소멸하거나

혁명이 발각되어 모진 고문에 어쩔 수 없이

동지를 배반하고 이탈한 자의 변명은

그토록 구질구질한 항변이었음을 직시한다.

역사의 궤도는 어느 누구의 영명한 지도력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한 진리다.

그저 역사 발전은 스스로 진보하였을 뿐이라는 변증 앞에서

부정할 수도 변명할 수도 없는 실체다.

시대와 불화했던 내 젊음의 날들도 이젠 거의 빛바랜 추억이며

이 시대의 우울도 결국은 옛사랑의 그림자일 뿐

원래 세상이 그러하다.

금배지 달은 놈들의 과거를 보라.

그들의 출신성분이며 진골인가 성골인가를

일제 때 면장을 했거나

어떤 이화여대를 나왔다는 잘난 년은

동학난의 철천지 원흉이었던

고부군수 조병갑의 증손녀였다는 역사의 아이러니

하긴 나라를 몇푼에 판 이완용의 증손자도

서울대 총장을 지냈거나

소부랄 민대감 휘문고 이사장 이었던가,

대개의 있는 집 뼈다귀조차 굵거나

똥가래도 묵직할 듯한 자재분들

그 영민하고 교활한 후손들

한 시절은 권부의 중심에서 호령하거나

당당히 서 있었던적도 있었던 그네들 조상들이며

통민당 평민당 동교동 상도동 청구동 그 똘마니 가신들이며

투쟁경력 쌓아 징역 드나들던

자칭 투사적 삶에 전력질주하여

청춘을 거의 낭비한 그네들이 꿈꾸던 체제전복은

또 지난 시절의 헛된 꿈이며

이제는 체제와의 화해가 어쩌면 예고된 수순

인민의 아편은 정치다,

집권세력이 바뀌느냐 집권의 연장이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저 물색없이 마구 날뛰는

공식이거나 비공식인 정치 브로커들이며

권불십년을 망각한채

이 호시절에 대책 없이 꽃피우려는

어서 저물어 가야할 맛탱이 간 놈들이며

대책없이 제 물건이나 흔들어대며

자기위안에 전적으로 몰두하는

오오 이미 세상은 뭣 같은 새끼들이 천지며

그네들이 당당하게 구축해 놓은

견고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없음이여

끝끝내 살아남아

번식과 번성을 이루어 내는

흡혈귀처럼 강하거나 앞만보고 뛰기만 하는 놈들 앞에서

내 가시돋힌 언어로

너희들에게 진실로 당부하나니

일단 반쯤 죽여 놓고 거의 조작한 동백림이며 민청학련을 아는가

애궂은 젊은이들의 인권은

그동안의 너희들 짓꺼리는

너희들 신이 너희의 아비여도

애시당초 구원이란 존재 할 수 없을 뿐더러

또한 얼마나 당당히 변절하여

권력의 첩첩 산성山城을 쌓아 높여온

너희 운동권들의 말로 또한 곧 닥쳐 올것이니

이 얼마나 기쁜 하늘의 소식이며 복된 음성이며

크리스마스 이브이더냐

힘 없으니 숨어서 글이나 겨우 쓰는 쫄장부 서생인

나같은 자들의 정정 당당한 자기 방위권이더냐

뭣 같은 새끼들아

나처럼 면죄부를 구걸하거나

처참한 고백도 겨우 못 하는 비굴한 변절의 세대여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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