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년 낯선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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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년 낯선 년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2.01.0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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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정든 년을 보내고

낯선 년을 맞이해야 하는

회한의 세밑 저녁

문명의 이기인 핸드폰을 꼭 끼고

정든 년에 맺은 수만은 인연을

되새겨 보았다네

번호만 입력하고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별 볼일도 없는

보고싶지도 않은

짜증을 유발케 하였거나

대출이나 보증을 서달라고

별로 친하지도 않으며

친한 듯 물통이나 팔어달라거나

보험이나 좀 들어달라거나

신차 나왔으니 차나 한대 팔아 달라거나

상업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한

무수한 샐러리맨들

관혼상제에 축의금이나

조의금이나 꽃다발 근조화환 좀 보내라며

평소엔 연락도 없다가

뜸금 없는 문자를 보내어

당황케 하는 기타 등등의 무수한

사회성 기민하고 민첩한

수많은 사회적 존재들

혹은 인류의 성인이 오신날

‘사월 초파일’에는

감히 등도 달지 않더니

크리스마스가 어쩌구 하며

메리가 어느 나라 해피인지

노랑머리 파란 눈의

지구 한 귀퉁이 요단강 건너편

유목민족의 신을

거의 광신하거나 맹신하며

절대적으로 복종한다는

종놈 사고방식을 굳세게 지니었나

“절 믿어요” 했건만

뜬금없이 어설프게도

예의는 한여름 날 저녁 무렵

대청마루에서 상추 쌈을 싸먹은

징그런 개독한 연놈들의

1818 전화번호도 지우며

날 힘들게 하였거나 하였던

인분이 입맛에 맞아

혀에 척 감기어 선호하며

김 나는 황금 똥이나 허겁지겁

화급히 처먹어 치우던

개잡 견공 같거나 유사한

때로는 낭심 같았던

차라리 맺지나 말아야 했던 사랑들

아니 몹쓸 인연들

잔꾀나 부리던 수준 이하의 인종들

해마다 엄숙한 나만의 의례를 갖추어

정든 년을 아쉽게 보내며

낯선 년을 반갑게 맞이하는

나 다운 성스러운

송구영신의 의식으로

낯선 년에는 결코 이제라도

다시는 잘못된 만남을 후회하지 않으리라

다짐도 하여 보지만

구년 신년이 어디에 있겠는가

도 닦는 살림에 그러한 것 따지다 보면

똥 딲는 범부의 삶이러니

악연 가득한 세상살이 이지만

선연의 훈훈함이 그리워라

허전한 세밑에는

해마다 아프게 보내 주었던 그 년들이 쌓여

오는 년에는 제발 죽여주는

멋진 년을 맞이하자는

나의 다짐 아니런가

해마다 보내는 년들이 쌓여

어느 날 문득 죽음에 이르러서

인간계의 고통이 말끔이 끝나고

홀연히 떠나간 년들의

그 추억의 눈부신 선홍빛처럼

자욱 자욱 걸어온 내 인생길에서

만나지거나 빚을 진 인연들이여

죽일 년 살릴 년 운명을 갈림하며

남긴 낯선 년이여

용맹하다는 호랑이 년의

첫날 아침을 맞이한다고

시덥지 않은 시로

새 년을 맞이한 감상을 대독하려는

못난 나를 용서나 해다오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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