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새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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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새해, “사랑합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1.03 09: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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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힘찬 출발을 할 때 생각나는 그림 한 폭이 있습니다. 이중섭(1916~1956)의 《황소》 그림을 보면 마치 황소가 콧김을 내뿜으며 방금이라도 뛰쳐나올 듯합니다. ‘이런 힘찬 필치의 그림을 언제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중섭은 비극적 우리 역사의 가장 큰 피해자로, 슬픔이 너무나 컸던 불쌍한 화가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유학까지 간 행운아였지만 해방과 6.25 전쟁이 터지면서 궁핍한 생활을 합니다.

그에게는 절망 속에서 예술혼을 지탱하게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식민지 화가를 사랑한 미술학교의 동급생 야마모토 마사코라는 일본 여인입니다.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았던 1945년 5월, 먼저 귀국한 중섭의 고향 원산을 천신만고 끝에 찾아가서 결혼식을 올리고 이남덕이라는 우리식 이름으로 삽니다.

하지만 중섭은 1950년 6.25 전쟁이 터지자 부산 피난살이 극도의 생활고와 폐결핵을 앓는 아들과 부인을 위하여 배를 태워서 일본 친정으로 보냅니다.

그는 혼자 남아 외로움과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가족을 그리는 화가, 1954》는 아들과 부인에게 보내는 엽서에 함께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그림입니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에서 그 엽서 그림을 보고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가족이 중섭에게는 목숨이구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가족이 보석입니다. 농사는 혼자 지을 때 중노동입니다. 부인도 자식들도 함께 거들면 힘든 일은 없습니다. 특히 부인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한 사람은 고랑을 만들고 한 사람은 씨뿌리고 흙을 덮고 하면 어느새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부인이 병들거나 세상을 뜨면 농사를 포기합니다.

며칠 전, 올해 들어 처음으로 눈 내리는 늦은 오후에 대청호(大淸湖)에 자리 잡은 한 농촌마을에 갔습니다. 멀리서 시골집의 담벼락에 그린 벽화가 보입니다. 봄철에 이 집 울타리에 핀 사과 꽃무리는 장관입니다. 지금은 잎이 다 지고 검게 줄기만 무성한 꽃사과나무 앞 시멘트 벽에 그 집 부인의 초상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무뚝뚝한 조합원님이 귀촌 화가의 청을 받아 그렸다고 합니다.

여든을 갓 넘긴 조합원님은 부인만큼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가 또 있을까 생각했을 겁니다. 낮에는 함께 고된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 이것저것 보따리에 싸 놓고 다음날 첫차 버스로 싣고 나가 대전역 새벽장에 팔아가지고 자식들을 가르쳤습니다. 얼마 전 가을에 부인이 아팠을 때는 몹시 마음이 심란한지 떠들썩한 입담도 뚝 끊겼습니다.

사내다운 사내는 평생에 울지 않습니다. 그런데 딱 한 번 황소처럼 굵은 울음을 뱉을 때가 있습니다. 고생한 아내를 무덤에 묻고 돌아와 혼자 보내는 첫날 밤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웁니다. 이중섭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서글픔을 폭음으로 풀다가 병이 되어 무연고자로 병원에서 죽습니다.

새해 아침에 우리네 농부들은 누구보다도 부인과 가족을 위해 평안과 건강을 기원했을 것입니다. 평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존재는 부인과 가족들입니다. 사랑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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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호 2022-01-04 08:58:43
인생의 봄날은
가족들이 건강하여 온가족이 같이 밥먹을때,
온가족이 함게 모여 김장김치를 담글때와 같이...
온가족이 함께하는 순간들이
봄날이라 생각합니다.

임인년 새해...
모든분들 건강하셔서
인생의 봄날을 누리셨으면 합니다.

붕어빵 2022-01-04 08:56:41
가장도...
아내의 응원을 받고,
아이들의 지지를 받을때
더 힘이나겠죠?

가족은...
함께 할때....
따뜻한 말 한디로
더 빛날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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