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인내천(人乃天), 고객에 대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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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인내천(人乃天), 고객에 대한 자세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1.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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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法頂) 스님이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수상집에 어느 제과점 점원에 관한 작은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날, 시골 작은 제과점에 웬 승용차 한 대가 도착합니다. 이틀 밖에 못사는 자기 어머니가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어보니 예전에 어느 도시에 가니까 아주 맛있는 제과점이 있더라고 말씀하셔서 서울에서 물어물어 왔는데 폭설로 밤 10시나 돼서 도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현장에 있던 한 여성은 자신이 이 가게 종업원이니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하고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노인들이 먹기 좋은 부드러운 과자를 싸드리면서 돈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 마지막에 저희 가게 과자를 잡숫고 싶다는 손님께 모처럼 저희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대신 혹시 과자가 더 필요할지 모르니 명함을 두고 가십시오.” 그리고 그 종업원은 자기 지갑에서 따로 과자값을 꺼내 자기가 대신 그날 매상에 추가시켰습니다.

그녀는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노인이 과자를 먹다가 목이 메어서 고생하는 불길한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명함이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확인해보니 귀로에 차가 막혀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고, 노인은 아들이 도착하기 30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녀는 그 길로 그 과자를 사가지고 장례식장으로 가서 고인의 영정 앞에 가지고 온 과자를 놓고 조문을 합니다.

상거래는 물건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필요한 상품이기에 인정(人情)이 오고 가야 합니다.

동학(東學)의 2대 교주 최시형(崔時亨, 1827~1898)은 그의 제자 손병희(孫秉熙, 1861~1922)에게 묻습니다. “제사를 지낼 때 벽을 향해 위패를 설치하는 것이 옳으냐?” 손병희가 답합니다. “나를 향해 위패를 설치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자 최시형이 말했습니다. “그렇다. 나를 위해 위패를 설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문이고 가문을 위한 입신양명(立身揚名)입니다. 나를 위해 위패를 설치하라는 말은 가히 혁명적인 말입니다.

전통적인 유학(儒學)이든 서학(西學)이든 외부에 있는 초월자를 생각하고 경배합니다. 이럴 때 인간은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광신도는 가족도 버리고 직장도 버리고 친구도 버립니다. 신에 대한 몰입은 결국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제우가 세운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사람 자체가 바로 하늘이다는 뜻입니다. 인간 자체가 신적인 존재입니다.

가끔 조합원님들을 만나면 지점에서 인정 있는 직원들이 다급한 일을 잘 처리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건넵니다. 인정은 인간에 대한 사랑입니다. 인간을 하늘처럼 여기고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것, 부드럽고 정다운 말씨를 쓰는 것도 사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 없는 거래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인간은 수단의 대상이 아니고 목적 자체입니다. 오늘도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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