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장자 이야기와 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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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장자 이야기와 가지치기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1.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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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장자

장자(莊子)의 산목(山木) 편에 나오는 공자(孔子)에 대한 교훈적인 우화(寓話)입니다. 공자가 국경에 포위되어 죽을 고비가 있을 때 태공임(太公任)이라는 자가 위로차 갔습니다. 그는 공자에게 죽지 않는 방법을 설파합니다.

“동해에 의태(意怠)라는 생각 없는 새가 살았습니다. 퍼덕거리는 날갯짓은 아무 힘도 없어 보였습니다. 다른 새가 날자고 하면 날아가고 다른 새들이 괴롭히면 그냥 둥지에서 쉬었습니다.

날아갈 때 앞장서지 않고 물러설 때 뒤처지지도 않았습니다. 먹을 것도 먼저 먹지 않고 주어지는 차례대로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무리에서 배척 당하지 않고 사람들이 해를 입히지도 않았습니다. 의태는 그렇게 살아 어려움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곧은 나무가 먼저 잘리고, 맛있는 우물물이 먼저 마릅니다. 공자 선생은 자기 지식을 포장해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착한 사람이 되어 남의 잘못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밝기가 해와 달을 내걸고 다니는 것 같아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지금 농촌에서는 과일나무 가지치기가 한창입니다. 식물은 겨울잠을 잡니다. 이때 뿌리 쪽에 봄 준비용 영양분을 보관하고 있고, 영양분이 나무 위로 올라오는 봄이 시작되기 전에 가지치기를 해야 합니다.

가치치기를 하여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넓으면 바람이나 햇볕이 잘 들고 광합성 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는 데 도움을 주고, 농작물을 해치는 병충해를 예방해 줍니다. 또 가지치기를 해야 가지보다 귀한 과실에 더 많이 영양분을 줄 수 있습니다.

농부는 어떤 나뭇가지를 쳐낼까 판단을 합니다. 너무 위로 혼자 잘난척하며 뻗어 있거나, 너무 크게 자라서 다른 가지를 덮고 있으면 바로 잘라야 합니다.

장자의 이야기는 사람답게 살게 가르치는 잘난 척하는 공자의 곤경(困境)처럼 나무도 분수 넘치게 자라면 같은 이치로 가지치기의 수모를 당합니다.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각을 나타나는 사람이나 강직한 사람은 남의 공박을 받기 마련입니다.

장자는 자연이나 인생에는 한쪽으로만 치우친 절대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자의 이야기 끝머리에는 이렇게 맺어 있습니다. 공자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나 제자들하고 헤어져 큰 못 가에서 가죽옷이나 갈포옷을 입고 숨어 사니 새와 짐승도 싫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장자는 본래 모습대로 무심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삶에 정답이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장자와 달리 니체(1844~1900)는 무엇보다도 기개가 없는 인간을 싫어했습니다. 욕망의 우물에 덮개를 덮지 말라고 권합니다. 행동하는 자만을 삶을 축제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인생의 목적은 끊임없는 전진이다. 먼 곳으로 항해하는 배가 풍파 없이 조용히 갈 수만은 없다. 풍파는 늘 전진하는 사람의 벗이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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