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밑천은 얼마였더라
한바탕의 노름처럼
질펀하게 허물어지며 살아온
한탕주의는 아니었지만
노름의 이치는 내 일찍이도 간파했다네
뻔한 확률의 법칙을 그대들도 아는가
둘이 하는 게임에서
내가 이길 확률은 명확히 50%쯤
열번쯤의 게임에서
내가 열번 다 깨져서
밑천이 바닥 났어
더 이상 그 게임은 고사하고
한 푼도 남지 않고
오링이 되었다면
그 노름 포기할텐가
아직 한번의 기회는
한판이라도 먹을 수 있겠지 하며
무작정 덥벼드는 노름꾼의 심리
인생도 역시 그러하다네
혹시나 하고
대박을 함 쳐야지 하며
살아야 하는 대다수의 인생 노름꾼들처럼
하루하루 무모하게 값비싼 인생을 투자하며
속절없이 살아야 하는 즐비한 인파들 속에서
저들 모두가 일생의 이루고픈 꿈 그 헛된 꿈이 있다면
본전을 찾는 거겠지
내 인생 밑천이 얼마였더라
본전을 찾고 싶어서
천하게 도박도 주식도 하지는 않았지만
꼭 이룰 내 인생의 도박이 있다면
그 꿈은 단 한가지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대학에 연구실이 있는 전임자리에도 아니고
그저 내 이름으로도 된
서울의 건물주도, 땅 주인도 아니고
인생의 허무한 그 어떠한 기름진 명리도 아닌
그저 속 편히 똥깐의 바다에 허우적 낚시대나 펼친
바보스런 삶을 초월하는
보무도 당당히
내 인생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살다가
천수를 모두 누리고
멋지게 회향하는 것이다
다만 이 지상에서 바람처럼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후
내가 남긴 주옥같은 시 한 편이
널리 세인들에게 알려져 심금을 울려주는
그런 절창의 시인으로 이 지상을 떠나는 것
이보다 더 훨 남는 장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얼씨구~ 내 밑천 다 드리워
남는 장사이겠구나
“수천 억의 재산보다
백석의 시 한 줄이
더 값어치가 있다”고
어느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아~ 그날은 대체 꼭 오려나
언제쯤 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