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딸기와 인간의 차이
상태바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딸기와 인간의 차이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2.21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비닐하우스에는 딸기 농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딸기밭에 겨울이라도 벌이 붕붕거리고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닙니다. 식물도 번식 가능하기 위해서 인간처럼 암수가 만나야 합니다. 소위 수분(受粉)이라고 합니다.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의 암술머리에 붙어서 자라면 열매가 됩니다. 식물의 세계에서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에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꿀벌은 식물번식과 자연생태계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딸기는 벌들이 꽃 속의 꿀을 빨아먹으려고 꽃을 찾아 분주합니다. 수꽃이 암꽃에 갈 수 없는 것을 벌이나 나비가 가능하게 해줍니다. 세계 100대 식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꽃이나 냄새가 달콤할수록 곤충들을 더 많이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꽃들의 꽃가루에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점액물질을 생산하여 곤충의 몸에 쉽게 달라붙게 합니다.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1813년 봄에 발표한 소설 《맨스필드 파크 Mansfield Park》에 나오는 속물적인 대화입니다.

“결혼은 책략이 필요한 일종의 거래 같은 거예요.

사랑은 있으면 좋지만 돈은 절대로 없어선 안되는 겁니다.”

감추어진 삶의 목격자인 소설가는 사회가 사람들에게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너무나 크게 바라보는 부와 권력의 위계를 인격의 특질을 확대하여 도덕적 기준으로 위계질서를 바꿉니다.

소설 속 한 가족의 결혼 과정을 보면 남자는 처음에 미모에 반하고 결혼하고ᆢ 싶어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상상합니다.

여자는 21살이라 결혼 적령기로 결혼이 의무라고 생각하고 아버지보다 큰 수입이 생기고, 런던에 집을 가질 수 있다고 계산하여 할 수만 있다면 결혼하려 합니다.

소설의 후반부에 가면 아버지는 귀족 작위와 두터운 교양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속물근성 때문에 자녀교육을 망치고, 딸들은 돈 때문에 결혼을 했다가 감정적인 대가를 치르고, 부인은 심장이 뒤집힐 정도로 깊게 마음 상합니다.

우리는 부와 권력 같은 외부적인 기준이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편리함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으로 그 유혹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성자(聖者) 만큼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인정받는 외적 기준과 연결되지 않으면 무시를 당하기 일쑤입니다.

딸기 같은 식물은 다른 식물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번식만을 목표로 자신의 가치인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 점액물질을 만드는 일에 온 힘을 쏟습니다.

사회적 등급을 의식한 인간의 이기심이 숨어있는 결혼 과정은 복잡합니다. 우리가 가진 탐욕(貪慾)이나 오만(傲慢), 자만(自慢) 같은 속물근성은 치유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아무도 자기 자신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습니다.

‘왜’를 품은 자는 ‘어떻게’가 힘들지 않습니다.

결혼을 왜하는지 다시 바라볼 시간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