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어느 감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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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어느 감사의 죽음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2.28 10: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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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우리 조합의 감사를 하셨던 분이 며칠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서너 달 전만 해도 몇년은 더 사실 것같이 농사일에 의욕을 보인 분이라 참 허무하다는 느낌입니다.

죽음은 누구도 꺼내기 싫어하는 단어입니다.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에 따르는 과정이 죽음을 더 두렵게 합니다.

평생 자신의 영혼 속에 죽음을 끌고 다녔던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1863~1944)는 1893년 《죽음의 우화》에서 노르웨이 숙어로 죽음을 의미하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 표현했습니다.

네프 톨스토이(1828~1910)는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51살이 되는 해 《참회록》을 썼습니다. 죽음은 인간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자신이 추구했던 이전의 욕망들이 과연 타당한지 의심이 생깁니다.

톨스토이는 자신이 중요시하는 자신의 가치를 따라 산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회적 가치를 따라 살았다고 후회합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부유하고, 유명하고, 중요하고, 강하고자 하는 ‘불안한 욕망’을 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죽음은 때로는 사회생활에 진정성을 찾게 합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 가운데 누가 장례식장까지 와줄 것인가 생각해 보면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만날 사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삶이 유한하다고 느끼고 죽음이 필연이라고 느끼면 부나 명예나 권력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일을 계속 미루며 살아가는 태도를 고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도시조합의 조합원들은 많은 분들이 퇴직을 앞두고 시내 근교의 밭을 사서 조합원에 가입합니다. 조합원들 중에 60세 이상이 80%를 넘고 75세 이상도 20% 정도 됩니다.

80을 넘으면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집니다. 그러다가 입원하거나 요양원에 가시면 그것이 마지막 가시는 길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태양의 신의 배를 타고 죽음의 신인 오리스(Osiris) 앞 심판대에 불려간다고 합니다. 죽은 자는 진실의 저울에 올려지고 지옥과 영생을 심판받습니다.

연세 많은 고령층을 상대하는 일이 조합장에게 행운입니다. 죽음이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억지를 쓰지만, 아주 가끔 시간의 날개 달린 수레가 황급히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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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2022-03-06 00:05:20
죽음이란 단어 자체가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세상을 등질때
시간의 날개 달린 수레가 황급히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단 한번 뿐인 내 인생이기에
무거운 단어임에도 고민을 해 봅니다.
가치있는 삶으로 마감 되어지길...

곱배기 2022-03-02 07:37:57
얼마 전 노모를 자연에 품에 안겨 드리고 모시던 때의 어려움보다는 죄스러움과 그리움만 가득하여 가슴에 멍이 들고 있는 즈음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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