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봄의 향연
상태바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봄의 향연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3.28 11: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천상병(1930~1993)의 《귀천(歸天)》이라는 시입니다. 참으로 맑고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승에서 남루하고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천진난만했던 그는 세상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더라.

 

독일의 대문호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에서 인간을 상징하는 파우스트는 욕망이 끝이 없는 인물입니다. 그런 자신을 알고 있기에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와 내기를 합니다.

자신이 악마의 힘을 빌리는 대가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여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면 파우스트 본인의 영혼을 가져가도 좋다고 제안합니다. 욕망 덩어리 인간은 일반 세상사에 만족할리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눈밭에 오리 발자국이 눈 녹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이 사람의 일생입니다. 삶은 순간입니다. 순간에 집중하여 현재를 즐겨야 합니다. 순간에 대한 존중입니다. 아름다운 봄꽃도 때가 지나면 사라집니다. 이 세상에 아무리 위대한 것도 지금 눈앞에 나타난 이 봄꽃만 못합니다.

천상병 시인같이 단순히 살아있다는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황홀함에 들떠있는 어린아이 같은 자아(自我)는 마음의 건강과 영혼의 순수성이 있어야 누릴 수 있습니다.

나는 정치인 시절 한 번도 봄이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해, 봄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헛된 욕망을 덜어내고 없애는 자기 수양을 거친 후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금년 농사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농사가 잘되나 못되나 보다는 내 인생에 남아 있는 황홀한 봄에 감사하고, 새롭게 강산을 수놓는 신비스러움에 흠뻑 취하고 싶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붕어빵 2022-03-30 12:50:40
한구절....
한구절..........
감동입니다.

"농사가 잘되나 못되나 보다
내 인생에 남아 있는
황홀한 봄에 감사하고,
새롭게 강산을 수놓는 신비스러움에
흠뻑 취하고 싶습니다."

금뺏지보다 빛나는
의미있는 삶이
느껴집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