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짐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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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짐승이여
  • 탄탄(불교중앙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2.04.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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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큰 짐승들은 너무도 가엾다
코끼리, 기린, 하마 기타 등등의
코가 커서 슬픈 짐승
키가 커서 슬픈,
아니면 대가리 혹은 몸집이 댓다커서

몸을 감출곳도 마땅치 않은
녀석들
숨을 곳도 숨길것도
죽기에도 미련도 많은

크거나 많으면 뭐해 
뭣 만하게 크기만 하여서
베풀 줄도 모르며
지니고 있다고
교만 방자한
그 큰 놈의 새끼들

권력이 좀 있다고
돈은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던 자들의
그 머시기한
철 모르는 애들의
비참한 말로들을 보시게나들

화무십일홍이라지,
백일홍도, 천일홍도 있잖은가
촉새들이 아무리 오래 갈 꺼라며
떠벌려도
열흘, 백일, 천일, 그 붉은 꽃도
질 때는 화려하지는 않아
드럽게 추한 법이야
부귀영화가 그리 오래도록 
영원토록 가는 것 이 결코 아니건만,

나누고 베풀던 친가 외가의
우리 할머니
지나던 길손에게도 
손짓하여 불러 들여서
찬장에 신주 처럼 모셔둔 
참기름 한방울
열무김치에 온갖 나물에 고추장을 넣고
보리밥을 슥슥 비벼서
한 술 뜨라고 하던
쌈짓돈 꺼내어 동무들에게
막걸리 사주던 
들판의 미물둘에게 조차
고스레하며
공양을 올리던
할머니 두 분 다 이제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때의 그 다정다감한 
인정은 아직도 
충청도 고향 마을에
미덕으로 남아
세상의 살 맛에
더욱 감칠맛을 더하지 않던가

떡이 크면,
지짐이 크면,
파이가 쟁반처럼,.
둥근 보름달 만하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야 하듯

지닌 권력도
지닌 재물도
더불어 나누었고
친절하여서
저 홀로 배부르지 않고
독점하거나 독식하지 아니 하였다면
작은 짐승들에게도
베풀어 주었으면
큰 짐승의 고단함도
조금은 작아 질 수 있을 텐데,

내가 가진 그 무엇 
이제는 줄여 가야 하리라,
나도 이젠 몸무게 부터
확 줄여 볼 란다

이 아침에 크다고 하여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오호라 맞는 구멍이 제격이지
작아도 그 몸에 충실하고 볼 일
몸집이, 물건이,
크거나 굵은 인종들이여
슬픈 짐승들이여

잃을 것도
가진 것도
별 것이 아닌 자들이여
이 아침은 또 얼마나 자유롭더냐
김칫국 한사발도 
콩나물국 한대접도
이 얼마나 맛나던지

커서 슬픈 짐승이여
많이 먹어야 배부른 짐승이여

가여운
가여워라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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