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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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4.19 15: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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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머리만 쳐들면 꽃이 보입니다. 엊그제만 해도 차가운 날씨에 갈색 나뭇가지로 쓸쓸하게 서 있었는데 마치 축제날 풍선처럼 여기저기 풍성하게 꽃을 달고 있습니다.

지난밤 비바람에 벚꽃이 꽃비내린 후, 멀리 원두막 있는 밭에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권태로운 봄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핑크빛 복숭아꽃이 이곳저곳에 피어 있으면 아름다운 시골 풍경입니다.

복숭아꽃은 벌이 나드는 수정 시기에 가장 빨갛게 아름답게 핀다고 말합니다.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은 자연의 공통된 이치 같습니다. 꽃은 사랑이 일생이지만 벌은 하나의 꽃만 사랑하는 무거운 존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체코 출신 20세기 최고의 작가 쿤데라(1929~)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연애소설 속에는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가치관이 들어있습니다.

토마스라는 프라하에 사는 의사가 우연히 시골 병원에 잠시 와서 근무합니다. 남는 시간에 우연히 레스토랑에 가게 되고, 거기서 테라사라는 여급(女給)을 만납니다. 토마스는 사랑을 우연처럼 가볍게 생각하나 그녀는 사랑을 운명처럼 여기고 그것이 인생입니다.

다시 프라하로 돌아온 토마스에게 어느 날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만 가지고 양손에 큰 트렁크를 든 테레사가 찾아오고 그는 연민의 마음으로 같이 동거합니다.

토마스는 영혼이 자유로운 연애주의자입니다. 상대방의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이혼한 그는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체코에 자유화 물결이 일어나자 반체제 인사로 몰린 토마스는 스위스로 망명합니다. 거기에서도 같은 부류인 영혼이 자유로운 여자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여 테레사는 프라하로 돌아갑니다.

토마스도 테레사와의 사랑은 달콤했지만 은폐와 거짓말, 보상과 용서를 비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테레사를 끝내 못 잊어 의사 자격을 박탈당하는 위험을 각오하고 프라하로 돌아갑니다.

그는 시골로 함께 가서 의사 직업 대신에 트럭 운전사와 정비공으로 살아갑니다. 그는 썸을 타는 인간이었지만 인생을 거는 선택으로 이제 꿈속에서 쫓기는 ‘작은 토끼’에 불과합니다.

시골에서 보잘것없이 늙어가는 그에게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해 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는 자기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그에게 같이 춤을 추러 가자고 제안하고 그들은 사고로 함께 죽습니다.

인간은 오직 한 번 살 수 있습니다. 존재의 허무함입니다. 삶이 아무리 잔혹하거나 아름답다고 해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 모두 무의미합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습니다. 쿤데라는 그렇게 이 책 속에서 우리들에게 말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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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2022-04-22 22:40:02
가볍게 보면 연애소설인 듯 하지만....
인간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던
결국 죽어 없어지므로 그 존재가 가볍다는 뜻인가?

쉬우면서도 어렵고,
어렵다 싶으면서도 무겁게 느껴지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무거움과 가벼움의 차이가
동전의 앞 뒷면처럼 서로 공존한다는 것!

그 누구를 가볍다고 욕하기 전에
나는 얼마나 진중하고 무거운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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