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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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
  • 탄탄(불교중앙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2.04.29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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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어떤 놈과 벌써
수십분째 목숨을 건 혈투중이다
피를 말리는 
진검을 마구 휘두르며
목숨을 건 싸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미세한 터럭 만한 검을 들고
내게 함부로 달려드는 
하찮은 놈
난 수백배 무게가 나가는 장검을 지녔으니
내가 훨씬 우세한 조건이며
제 몸의 수 천 수 만배쯤은 되는
덩치는 안중에도 없이
내 이마에 피를 쪽 빨고 달아났다
아주 작은 양이지만
젊잖은 체면에 생채기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 나쁜녀석에 대한
증오의 마음이 더욱 불타네
죽여 주리라
응징하리라
온 정신을 모아 집중하여
검투중인 나다
스프레이 킬러를 분사하여
잡을수도 있지만
정정당당히 승부사 기질로
납작하게 조지리라
향을 피워 잡을까
아니다 검으로 때려 죽이리라
그놈도 촉각을 곤두세운듯
나의 모든 움직임를 감지하며
지능적으로 
변칙적으로 왱왱 바꾸어 날며
방어중이다
창문을 모두 닫았으니
방안에는 바람 한 점 없다
텔레비젼도 꺼놓은지 오래
그 놈과 나의 긴장감은
팽팽이 감돌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거울에 앉아
일생일대의 큰 기회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온힘을 모아
검법의 다했으나
이놈도 날아 오르며
진검을 휘들렀다
아차 검의 손잡이에 힘이 넘 세게 쥐어 진듯
순간 이놈도 본능적으로 날아 오르네
화가 치밀어
싸움의 기본을 잃고야 말았네
날아 오르는 놈을 향해
어설프게 회오리 검법을 휘둘러 대다가
휘청 거리며 내 육중한 몸이
쓰러졌다
변명 같지만
당뇨를 앓고 있어
몸이 쇠약해 졌는지
다리에 힘도 빠지고
어지러워 넘어진 것이다
분하지만
그 놈과의 한판은 나의 패배임을 솔직히 자인하네
무엇이든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것들에게는
일단 한 수를 접어야 하리
그리고 이 놈이 오늘은 죽을 팔자가 아니었나 보다
대장부 답게 통크게 살려 두기로
작정했네
피를 건 투쟁에서
그 놈에게 충분히 마실 만큼의
피를 양보하는 수 밖에
하긴 파리채에 맞아 죽는 것이
그 놈에게는 더 치욕 이었으리
일단 한 수를 접어야 하리
오늘 생일 이어서
양껏 마신 고량주 독한 것이
내 핏줄을 타고 흐를테니
이 놈도 오늘은 화끈하게
취할테지
나의 생일날에
제삿날이 안된
그놈이 일순 대견하기도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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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태 2022-04-30 16:22:44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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