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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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5월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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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1910-2007) 시인의 《오월》이란 시입니다.
햇살 가득한 파란 하늘,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 숱한 새들의 노랫소리, 보라색 라일락의 진한 향기, 연분홍 흰꽃 꽃다발이 나부끼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오월입니다.
지금 복숭아와 포도나무에 앵두만 한 열매가 매달려 있습니다.
시인의 글처럼 이제 연한 녹색은 더욱 번져 짙어져만 가고 6월에는 원숙한 모습으로 열매가 달려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태양은 정열적으로 퍼붓기 시작할 것입니다.
농민들은 가지에 붙어있는 열매를 한 알 한 알 헤아릴 때
올해 농사가 어떻게 될까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작년에는 작황이 좋았습니다. 재작년에는 수확기에 비가 많이 와서 낭패를 보았습니다.
법정스님(1932-2010)의 《나의 생각이 나의 운명이다》는 글속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불안과 슬픔에 빠져있다면 그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시간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누가 미래를 두려워하며 잠 못 이룬다면 그는 오직 오지도 않을 시간을 가불(假拂) 해서 쓰는 것이다.
과거는 강물처럼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과거나 미래 쪽에 한 눈을 팔면 현재의 삶이 소멸해버린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다면, 삶과 죽음의 두려움도 발 붙을 수 없다.”
과거를 회상해야 무엇하겠습니까. 미래를 걱정해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우리는 살아있다는 사실이 즐거운 바로 오월 속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