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최치원과 농협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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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최치원과 농협 개혁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6.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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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에서 농협중앙회 농정 통상위원회 주최 당면 현안 논의가 있었습니다. 경주는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 왔던 곳입니다. 가을 단풍철 이른 새벽에 토암산에 걸어올라 석굴암을 보고 실망하고, 먼지 나는 신작로를 걸어서 불국사를 구경하고 절의 크기에 놀랐습니다.  

문화 해설사는 신라가 동양의 어느 왕조보다도 역사가 긴 천년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때 비운의 한 학자를 떠올렸습니다. 신라 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입니다. 죽은 지 천년을 넘어 흘렀지만 흔적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분을 기리는 지명, 서원과 사찰, 지금까지 전해지는 시(詩)가 그것입니다. 선생은 당나라 유학파입니다. 12살 때 당시 선진국 당나라에 유학하여 7년 만에 당의 빈공과(賓貢科)에 합격하여 관리로 임용되고 농민의 난이 일어나자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는 29세 885년에 망해가는 당나라에서 고국 신라에 희망을 가지고 돌아왔으나 진성여왕(眞聖女王)의 실정과 천년의 집권 과정에서 쌓인 적폐가 정권의 운명을 다해가고 있었습니다. 

시무십여책(時務十餘策)을 왕에게 제시하고 개혁을 시도해 봤으나 신분상 한계와 공감하는 추진 세력은 없어서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그는 시한 수를 써놓고 가야산 홍류동에 들어가 신선이 됩니다. 그 후 신라는 반세기도 지나지 않은 935년에 고려에 귀순합니다.

 


이번 연수에서 일본 농협의 최근 동향을 들었습니다. 일본 아베(安倍 晋三) 수상은 강력하게 농협 개혁을 주창했습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농촌의 고령화와 공동화, 농민 후계자의 감소, 경작면적의 축소를 겪고 있습니다.

아베는 농업에도 개방과 혁신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통하여 성장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일본도 농산물 수입개방에 취약하지만 보호주의적인 농정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이고 경쟁력 있는 농정이 되어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견지합니다. 

일본농협도 우리 농협처럼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제사업과 금융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신용업무를 합니다. 주 수입원인 신용사업이 일본의 0% 금리와 예대율(預貸率)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한계에 직면하자 일본 정부는 농협에게 신용사업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 농협 개혁은 아직도 미완성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해 봅니다. 조만간 닥칠 수 있는 문제는 일본 농협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망해가는 통일 신라처럼 때를 놓치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여 망하거나 일본처럼 정부 중심으로 강제적으로 실시될 수 있습니다. 

소비지인 도시농협의 장점을 살리면서 생산지 농촌농협을 튼튼하게 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특히 전업농 조합원 목소리를 토대로 끊임없이 자기혁신 통한 농업·농촌의 변화에 대응하여야 합니다. 기능 다원화로 치닫는 현실 속에서 농협 본질이 무엇인가 뒤돌아보고 새로운 도농 통합모형(都農統合模型)을 제시해야 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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