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인간같은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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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인간같은 감자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6.28 10: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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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밥에 넣은 감자를 많이 먹었습니다. 하얀 분을 내는 감자는 입천장이 데일 정도로 맛이 있었습니다. 어째 지금은 그때 맛이 안 난다고 불평을 합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일본에서 개량된 남작(男爵)이었습니다. 주로 요리에 쓰이는 대다수인 수미(秀美)와 다른 품종입니다.

감자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의 추운 고원지대에서 옥수수와 함께 먹는 주식이었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유럽에 들어온 감자는 교회에서 ‘악마의 작물’로 여겼습니다. 성경에도 없고, 생긴 것이 관능적이고, 하늘과 먼 땅속의 작물이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감자는 굶주린 가난한 자들의 친구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면 가난한 농부들의 고단한 일상이 진심으로 전해집니다. 램프 불빛 아래 둘러싸인 가족들과 감자를 건네는 손이 인상적입니다.

하지(夏至)가 지난 며칠 전 장마가 온다고 하길래 부랴부랴 감자를 캤습니다. 작년보다 알도 자고 양도 많지 않았습니다. 수확 때 모처럼 오는 아내에게 보잘것없는 농사 솜씨를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감자는 금년에 첫 번째 심은 농작물입니다. 그래서 눈만 녹으면 언제 감자를 심을까 안달입니다. 늘 심는 시기보다 더 일찍 심었고, 매년 냉해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새해의 농사의 첫 출발이라 한 해의 농사 포부가 감자에 오로지 담겨있어 마음을 재촉합니다.

김동인(1900-1951)의 단편소설 《감자》에서 가난한 농가에서 바르게 자란 처녀 복녀가 어쩌다 감자를 훔치다 들켜서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됩니다. 감자는 눈물이 담긴 모진 인간의 얼굴 같은 농작물입니다. 모두에게 선물 같은 감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자가 지금보다 더 맛있었으면 합니다. 요리해도 맛있고 쪄서 먹어도 좋은 새로운 품종을 기대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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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2022-06-29 15:27:25
감자!
가난한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해낸 감자는
세상까지 바꾸었다는 추억속의 감자이야기...

삶아 먹고, 구워 먹고, 튀겨 먹고, 으깨어 샐러드를 하고,
수프에 넣거나 그라탱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감자녹말로 당면을 만들고, 술주정도 만들고,
제약용 비타민C 분말도 감자에서 얻는다니....
천대받던 작물에서 사람들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작물로 재인식되면서 우리에게 혜택을 주니
세상을 바꾼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올해는 가뭄으로 수확량도 줄고 씨알도 작지만,
누군가의 수고만큼 감자는 더 맛있어진다.

곱배기 2022-06-29 06:09:05
서민이야기만 나오면 왜 이리도 가슴이 에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형제가 옹기종기 모여 먹던 서민음식은 추억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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