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코로나 사태에 즈음하여
상태바
[다문화 사랑방] 코로나 사태에 즈음하여
  • 박지현(필리핀)
  • 승인 2022.08.10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140)

저는 2008년 필리핀에서 남편과 결혼하여 같은 해 한국에 입국하게 된 박지현이라고 합니다. 현재 초 6학년 딸과 5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2019년 12월 말에 상상도 못 했던 코로나19 전파되면서 전 세계가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어 일상생활 방식도 달라지는 계기 되었습니다.

수출이 안 되어 회사 가동이 안 돼서 중소기업이 많이 힘들어 결국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잃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해서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인원 제한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 노래방,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없게 되어 폐업된 곳도 많았습니다. 세상은 마치 마비가 된 것 같았습니다. 외출을 자제해야 해서 멀리에 있는 가족, 친척,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일 속상한 것은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가족이 해외에 있는데 비행기가 뜨지 않아 갈 수가 없는 일은 제 생에 처음입니다. 예전으로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고향에 잘 가지 않은 것은 처음으로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바쁘고 돈도 많이 들어서 친정 방문을 계속 미루었는데 이제는 경비가 있어도 쉽게 갈 수가 없어서 속으로 그냥 그때 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친구 중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갈 수 없어서 영원히 볼 수가 없었던 게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 백신이 없어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입국하면 14일 자가격리 해야 하고 한국에 들어오면 또 14일 동안 자가격리 해야 해서 친정 방문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해외 출/입국할 때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고 음성이라는 서류로 입증해야 탑승할 수 있게 돼 있어 설렘보다 귀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뿐만 아니라 백신이 나오기 전 해외 출국 제한이라 임신한 이주여성들이 육아 지원 차 친정 부모의 도움이 필요해서 초청하고 싶어도 비자허가도 바로 안 되고 나오더라도 비행기도 없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나라마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일에 시달렸는데 한국은 그나마 대처가 빠르고

시스템이 원활하고 시민들도 협조적이라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기는 그나마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어 의사소통이 안 되는 외국인들은 언어 때문에 많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 전체 등교가 안 돼서 처음으로 격일로 수업하거나 온라인으로 수업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어가 아직 안 되는 외국인 학부모,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혼자서 접속할 줄 몰라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도 발생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할 때 명부 작성, 체온을 측정해야 하고 출입하기 전에 전화하는 것도 한국어가 안 되면 당황하고 많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동선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안전 안내 문자를 받고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를 잘 모르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은 문자를 읽지 못해 본인이 그 장소에 갔다 왔어도 보건소에 가야 하는데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외국인들은 소통이 안 되어서 증상이 있을 때 어쩔 줄 몰라 하고 불안해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일상생활 방식이 많이 달라졌는데 개인적으로 남편에게 너무 감사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년 전 한국에 입국한 지 3일밖에 안 되었는데 남편이 제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보냈습니다.

그 당시에 사실은 한국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빨리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시어머니는 출산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어서 자녀들과 남편하고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고 덕분에 한국 생활도 잘 적응하게 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자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하는 것에 대해 남편에게 너무나 감사하게 됩니다. 특히 이 시국에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소통이 안 되어 본인의 의사를 대신 전달할 수가 있어서 제 자신에게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이 상황에 어머니로서 학생들이 등교를 못 하고 온라인으로만 수업하게 되어서 또래 친구들과 놀지 못하여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자녀들은 집에서 하루 종일 휴대폰, 컴퓨터, 텔레비전, 기계로만 사람을 보게 되어서 나중에 커서 이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상호작용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고 또 외국인이다보니 입 모양을 봐야 무슨 말인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표정이 어떤지, 웃고 있는지, 화가 나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전처럼 생활할 수 있게 코로나가 빨리 없어지길 바라며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이주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생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