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안정, 상상력 플러스”… 대전 그림책방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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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안정, 상상력 플러스”… 대전 그림책방을 아시나요?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9.14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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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나들이] 대전시 중구 유천동 ‘노란우산 그림책카페’

※ 이 기사는 지역서점 활성화와 시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대전시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대전시 ‘지역서점 인증제’에 등록(☎042-270-3883)한 엄선된 서점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아스팔트 위에 노란 우산을 든 아이가 지나간다. 노란 우산이 파란 우산, 빨간 우산, 초록 우산을 만나며 잿빛 거리가 알록달록 아름답게 물든다. 비 오는 날 학교 가는 풍경이다.’

류재수 작가의 글 없는 그림책 ‘노란우산’에서 이름을 딴 ‘그림책카페 노란우산’은 40년간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해온 보림출판사가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그림책 전문서점이다.

대전 중구 유천동 ‘노란우산 그림책카페’ 책방지기 최재경 대표는 서울에서 노란우산을 1년여 운영하다 책방이 문을 닫게 되고 결혼을 하면서 대전으로 내려왔다. 그림책방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최 대표는 2018년 대전에서 노란우산 그림책카페를 오픈했다.

올해 복수동에서 유천동으로 자리를 옮긴 노란우산 그림책카페에는 어린이 가족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많이 찾아온다. 그림책을 수업의 시청각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수업 이해와 공감에 그림책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활용하는 심리치료, 미술치료 전문가들도 많이 찾는다.

최 대표는 심리상담사와 함께 하는 그림책테라피 ‘그림책으로 쓰담쓰담’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리상담사와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지금-여기에서의 불편함을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다. 같은 그림책을 보아도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신 면역력’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그림책 관련 수업도 열심이다. 공예 강사로 15년 정도 활동했던 그는 이제 그림책을 매개로 초·중·고등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 학생, 학부모들과 만난다. 다른 지역에서도 수업 요청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최 대표는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재미있는 답을 찾아간다.

“재미있는 답을 찾아가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표현합니다. 어릴 때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던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서 생각이 굳어지는 것은 정해진 답을 찾는 데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업에서 두 가지를 강조한다. 자신을 들여다보기와 타인과 공감하기다. 그림책 ‘마음샘’(글·그림 조수경)에 등장하는 늑대 이야기처럼 자신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책 속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 시선을 바꿔보면서 타인을 공감하는 연습도 한다.

그림책 수업에서는 장애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올해 초 장애에 관한 경험을 그림책으로 만드는 수업에서 장애가 있는 친구를 따돌렸던 경험이 있는 아이가 그림책 속에서는 친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의 실수를 되돌아보고 사과하는 용기를 내면서 스스로 성장해가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같이 즐기고 공감하는 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 즐겁게 그림책을 읽으며 자란 어린이가 성인이 되면서 그림책을 찾게 되고, 그 속에서 마음의 위로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 대표에게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아는 만큼 보여서 재미있다고 답한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면을 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그림책을 보고 느끼는 게 달라지죠. 그림책은 우리를 꿈꾸고 상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작용이 따른다. ‘책육아’가 유행하면서 아이들에게 무조건 많은 책을 읽어주려는 현상에 대해서는 걱정한다.

“육아도서는 다른 사람이 자기 아이를 키운 경험을 책으로 쓴 것입니다. 이 경험을 자신과 동일시해서는 안됩니다.”

최 대표는 ‘책 읽는 엄마, 아빠’의 모습 자체가 책육아라고 말한다.

잘못된 책육아와 함께 최 대표가 걱정하는 것은 난독증이 증가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한글을 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4~5세 때부터 스스로 책을 읽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 인지가 발달하지 못한 아이들이 혼자 책을 읽게 되면 뜻을 모른 채 눈으로만 책을 읽게 됩니다. 잘못된 독서는 난독증으로 이어집니다.”

최 대표는 글을 빨리 뗄수록 난독증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난독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10세 전후까지는 부모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질문에 답해주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한다.

또 학습만화도 난독증의 원인이라고 한다. 학습만화는 짧은 문장으로 구성돼 긴 문장을 읽는 습관을 방해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억지로 학습만화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쉬운 글책을 통해 글책의 재미를 알게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글책을 읽도록 해야 한다.

“부모와 함께 그림책을 읽은 시간은 아름다운 추억이 됩니다. 그림책을 읽고 자란 아이가 자라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부모가 되지 않을까요?”

최 대표가 그림책을 사랑하고, 그림책 전도사에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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