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한국생활에서 느끼는 젊은 사람들의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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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한국생활에서 느끼는 젊은 사람들의 인간관계
  • 가 치에리 (일본)
  • 승인 2023.01.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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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164)

저는 세계 평화 통일 가정연합에 다니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한국에 와서 가장 배우고 싶었던 것이 <한국의 情 문화>입니다.

저는 중국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생활하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어느 나라도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멋진 문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특히 한국의 정 문화가 정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것은 40대 이상의 아저씨 아줌마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르는 사람에게도 잘 대해 주셔서 매우 감동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사랑과 관심을 주고 챙겨주시는지? 하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요즘 젊은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점점 각박하다는 것입니다. 일본도 중국도 물론입니다. 한국까지 정 문화가 엷어져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세 나라 젊은이들의 인간관계와 가치관이 똑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일본에서는 ‘고슴도치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고슴도치는 등에 가시가 있어서 무리에 다가가고 싶어도 너무 가까우면 가시가 박혀서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추위를 많이 탑니다. 몸을 녹이려고 다가가고 싶지만 가까이 가지 못하니까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감을 두고 서로의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그게 지금 젊은 사람들의 인간관계와 많이 닮았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만 싸울 바에야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하지 않고 가끔 만나는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그런 표면적인 교제가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친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관계라도 작은 부탁인데 할 수 없습니다. 업무상 인간관계는 비즈니스 라이프가 되는 거죠. 그러면서 조용히 단절합니다. 저는 그게 너무 놀랍고 동시에 너무 슬퍼졌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저도 그쪽으로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사람의 행복척도는 주변과 얼마나 깊게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친구의 수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가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인 젊은 사람들의 관계성은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기 때문에 쓸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one family under God,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이라고 배웠습니다. 이 생각이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하나님이 있는지 없는지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는 있다고 믿고 사는 게 행복하다고 여기기에 하나님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인간은 우연히 태어나고 물건과 같은 존재이고 죽이든 어떻게 취급하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입니다. 하나님이 있다고 하는 사고는 ‘인간은 하나님이 사랑하고 싶어서 창조한 소중한 존재이며 눈앞의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하나님의 소중한 아들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이 있다는 편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면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버이 하나님을 중심으로 형제자매가 됩니다. 한 가족입니다. 보통의 사고방식, 보통의 관계성이면 남남이니까 더 이상 관계하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상대편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하는 것이 있어도 싸움이 나니까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작은 것이 쌓여서 자신 안에서 커져버리고 최악, 최종적으로 서서히 상대와의 관계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관계를 끊어버릴까 생각하기 시작하고 인간관계에 자신감을 자꾸만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것조차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 내 피가 연결된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하니 더 사랑하고 싶고 더 관심을 가지고 싶고, 표면적인 관계인 채로는 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좋게 할까? 고민합니다. 제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많이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친해질까를 생각합니다. 이거 말해서 싫어하면 어떡하지...상처 주면 어떡하지... 제 일을 상대방에게 미루는 건 아닌가?... 상대를 위하는 거라면서 공격하는 게 아닌가? 바른 말로 상대를 심판하고 있지 않는가?... 내가 하는 말이 상대를 사랑하기 위해 전달하고 있는 게 맞나? 상대의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상대를 대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음이 전해졌을 때 진짜 따뜻한 가족관계가 시작합니다.

저는 지금 접대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뵙는 손님도 마찬가지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대합니다. 그러면 그 분위기를 느끼는지 손님들이 매우 기뻐합니다. 처음 만나는 데 눈물을 흘리며 신상 이야기를 해 주는 손님도 있습니다. 손님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것은 서비스업의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 저도 아직 어린 면이 많이 있습니다. 몹시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가족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라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 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 나를 용서하면서 다시 사랑하고 싶어지면 또 힘내야지 반성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결국, 매일 눈앞의 사람을 사랑하는 노력을 크게 키우면 키울수록 남편을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제가 말하는 이 가족 문화는 한국에서 희미해지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한국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분들에게서 많은 애정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더 아름답고 좋은 정(情)의 세계를 배우고 정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 따뜻한 가족을 만들고 만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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