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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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의 추억
  •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 승인 2020.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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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은 꼭 당기는 음식이 밀가루로 만든 분식이다. 흔히 세간에서 비가 오거나 궂은 날에는 꼭 버릇처럼, 주문을 외듯 하는 말이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 이듯 날궂이 음식으로 대표적인 것이 빈대떡과 국수이다.

경상도에서는 밀가루를 ‘밀가리’라 하고 국수를 ‘국시’라 하는 방언이 있는데, 내가 머무는 천년고도 경주는 명승지가 지천이며 관광객이 선호하는 도시이지만 특별하게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듯하다. 제대로 된 맛집은 커녕 입맛 다시는 음식도 별반 내세울 수 없으니 말이다. 이름난 냉면집도 없고 기껏 불친절한 교촌의 김밥집이나, 한정식은 가격대비 맛깔 난 음식이라고 추천할 곳이 없을 만큼 맛집하고는 거리가 멀 뿐이다.

분주한 일상에서 그래도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밀면’뿐이다. 밀면은 부산지방의 향토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밀가루와 고구마·감자전분 등을 배합하여 만든 면과 소 사골과 여러 가지 약초, 채소 등으로 우려낸 육수를 시원하게 해서 함께 먹는데 냉면과 비슷하게 물밀면, 비빔밀면이 대표적이고 특히 면에 쑥 등을 첨가한 쑥밀면도 있다.

밀면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 먹었다고 하며, 또 다른 설은 함흥 출신의 모녀가 부산에서 냉면집을 열면서 밀면이 탄생했다고도 하고, 혹은 진주 밀국수 냉면에서 유래 되었다는 설도 있다. 예전부터 진주에는 멸치로 국물을 낸 밀국수 냉면이 있었는데 1925년 경남 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진주의 밀국수 냉면이 부산으로 와 부산 밀면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부산 이외의 지역 중에서 특이하게 밀면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제주도이다. 제주도는 밀면의 면을 백퍼센트 밀가루를 사용하며, 고기국수와 마찬가지로 면이 상당히 굵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국물을 다른 육수가 아닌 멸치나 디포리를 사용하거나 돼지고기 살만을 끓여 육수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육수가 부산식에 비해 심심하다.

면의 주재료를 밀가루만 사용한다는 부분에서는 비슷하고 명칭도 비슷하지만 육수나 면의 굵기를 보았을 때는 지역에 맞춰 변화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확한 전래가 없어 경상도로부터 전래되었는 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필자가 가끔 들르는 경주의 밀면은 여고 앞에 있는데 그 밀면집이 양도 푸짐하고 정갈하다. 이름난 맛집은 아니어도 주방이며 가게 내부도 정갈한 편이고 그 집의 비빔 밀면이 감칠맛 나게 매콤달콤하다. 입맛이 없을 때면 가끔 가는 곳이다.

코로나 19 확산의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하여 방콕을 한 지도 거의 달포를 넘긴 것 같다. 창궐하는 전염병이 해제되면 보고 싶었던 지인들을 불러내 그 집의 시원한 물냉면으로 타는 속이나 식힐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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