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정원에서 삼겹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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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정원에서 삼겹살을?
  • 윤여정 기자
  • 승인 2021.03.10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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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맛집] 대전 유성구 전민동 ‘전미원’

“그것이 어째서 없을까?”
아내가 장롱문을 열고 무엇을 찾더니 입안말로 중얼거린다.
“무엇이 없어?”
나는 우두커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장만 뒤적뒤적 하다가 물어보았다.
“모본단 저고리가 하나 남았는데…”
“……”
나는 다만 묵묵하였다.
 

장인의 생일을 앞둔 부부 이야기를 잔잔히 그려낸 현진건 님의 소설 <빈처(貧妻)>에 나오는 한장면이다. 장인집에 모인 처형과 아내를 보며 ‘하나는 이글이글 만발한 꽃과 같고, 하나는 시들고 메마른 낙엽 같다’라고 생각하며, 아내에게 무한 미안해한다. 그에 무명작가이며 수입이 전혀 없는 남편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두 부부를 통한 현실세계의 아쉬움을 표현한 내용들이 나열된다. 짠하면서 희화스러운 해피엔딩의 짧은 단편소설이다.

소설 속의 ‘메마른 낙엽’은 수북한 욕망의 기대 일지 모를 일이다. 일부 소설들은 고독함을 표현하고 내면을 절제하며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대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삶도 특파원의 부담을 안고, 전쟁을 묘사하고, 고독한 글쓰기와 욕망과 사랑의 동반자로 와인을 친구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와인 사랑은 결국 ‘샤또마고’에서 ‘마고’라는 와인의 이름을 손녀에게까지 이름으로 남기기도 했다.

물질의 가난함을 이겨내는 <빈처>를 쓴 현진건 님과, 와인을 사랑하며 욕망과 사랑을 절제하는 헤밍웨이는 다른 듯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도심 속 비닐하우스 정원이 있는 곳, 대전 유성구 전민동의 ‘전미원’은 이런 절제와 소박한 멋이 있는 식당이다. 비닐하우스를 응용해 외부의 구조를 다듬고, 실내는 화원처럼 꾸며놓았다. 메뉴 역시 와인으로 숙성한 삼겹살과 고추장불고기, 돼지고기 순두부와 묵은지 김치찌개… 부담스럽지 않다.

테이블 간격이 여유로울뿐더러 앉은자리에서 들여다보이는 정겨운 호롱박과 화초들, 옛것의 정취가 여느 식당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늘 접하는 단순한 메뉴들을 특별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세트메뉴가 있어 주말 나들이 겸 친구, 가족끼리 식사하기도 좋다.

◆ 상호 : 전미원

◆ 주소 : 대전 유성구 전민동 375번지

◆ 전화번호 : 042-861-7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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