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건강한 먹거리로 도시와 농촌 잇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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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건강한 먹거리로 도시와 농촌 잇고 싶어요”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3.12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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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나들이] 대전 유성구 어은동 ‘우분투북스’

※ 이 기사는 지역서점 활성화와 시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대전시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대전시 ‘지역서점 인증제’에 등록(☎042-270-3883)한 엄선된 서점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우분투(Ubuntu)’는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We are)’는 의미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강조한 공동체 정신이다.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2016년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꿈꾸며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둥지를 틀었다.

골목 속 작은 책 공간을 지키는 이 대표는 15년간 건강·음식 관련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면서 음식이 가진 중요성을 알게 됐다. 건강이 좋아지는 것도 음식 때문이고, 나빠지는 것도 음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먹거리가 걱정이고, 농사짓는 분들은 판로가 걱정입니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AI(조류인플루엔자) 등 먹거리 불안의 시대에 건강한 먹거리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 함께 건강하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우분투북스는 건강, 먹거리, 음식 및 인문, 과학 분야 도서를 엄선해 알리고 농가 팸플릿을 비치해 농산물을 소개하며 제철 먹거리와 차(茶) 등 2차 가공품을 판매한다. 몇 년 전부터 예산 한국토종씨앗박물관과 교류하며 토종 먹거리 장터인 ‘슬로장터’가 열리면 책방 고객과 함께 찾아 지역 농산물 및 음식을 체험하고 구매한다.

이 대표는 이런 사례로 일본 도호쿠 다베루통신을 예로 든다. 이 통신은 일본 동북지역 농촌을 기반으로 한 신문으로 농가를 인터뷰하고 그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독자에게 보내준다. 농가도 살리고 도시민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올해 예산 사과, 바질 농가 등과 연계해 대전지역 주민들이 ‘책+농산물’을 정기구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력이 닿는다면 책방을 확장해 농부와 셰프, 지역민이 교류할 수 있는 쿠킹스튜디오도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요즘에는 바질, 퀴노아, 미니방울양배추 등 신품종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졌는데 시장에 내놓아도 소비자들이 조리법을 몰라 못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동네책방은 어떤 곳인가’를 묻자 이 대표는 “누구나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제3의 장소”라고 말한다. 레이 올든버그는 저서 ‘제3의 장소’에서 사람에겐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면서 제1의 장소 집과 제2의 장소인 직장과 달리 작은 카페, 서점, 동네 선술집 등 제3의 장소는 개인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우분투북스가 자주 갈 수 있고, 편안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서점은 개인이 운영하는 영리공간이지만 책을 다루기 때문에 공공의 기능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네책방을 찾은 청소년이 청년이 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계속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우분투북스는 ‘리드포액션’이라는 독서모임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리드포액션(Read For Action)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책을 통한 행동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일본 최대 독서모임으로 공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만이 모임을 운영할 수 있다.

독서율은 낮아졌지만 독서모임을 원하는 독자는 늘어나 많은 독서모임이 열리고 있지만 2년 이상 꾸준하게 운영되는 사례는 드물다. 리드포액션은 퍼실리테이터 서승범 대표를 리더로 2017년부터 3년여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책에서 얻은 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리드포액션은 다른 독서모임과 달리 책을 읽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다. 책은 소통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며 독서보다는 참가자들의 커뮤니케이션과 행동에 방점을 찍는다.

우분투북스는 북큐레이션 연구소도 운영한다. 한해 8만 권이 넘는 책이 출판되지만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와 신간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는다. 이 대표는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북큐레이션을 연구해 도서관, 학교 등에 전파한다.

지난해부터 우분투북스는 지역 소재 기관에 ‘생일 책’을 배송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선물 받는다는 마음으로 일일이 포장하고 손편지를 썼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생일 책을 선물 받은 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도 사업이 이어졌다.

이 대표에게 앞으로 계획을 묻자 “하루하루 성실하게 책방 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방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주어진 하루를 살고 싶다고.

“엄선한 책으로 한칸 한칸 채워진 서가에서 ‘보물’ 같은 책이 누군가에게 발견될 때의 기쁨을 아시나요?”

이 대표가 오늘도 동네책방의 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며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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