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오신채(五辛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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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오신채(五辛菜)
  • 탄탄(불교중앙박물관장, 자장암 감원)
  • 승인 2021.07.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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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깊은 산중의 사찰 음식은 담백하고 맛깔스럽다. 어떤 이는 “절밥 먹으러 절에 왔다”는 농을 하는 이도 간혹 있다.절집에서 파, 마늘, 조미료를 넣지 않고 버무린 얼갈이김치는 아삭하고 시원한 배추의 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으니, 그 담백함은 미각의 절정이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금기 음식이 있는데, 힌두교의 쇠고기와 이슬람교의 돼지고기, 그리고 유교에서는 제사상에 비늘 없는 물고기를 올릴 수 없다는 금기가 있다.

불교에서도 술, 고기(肉食), 오신채(五辛菜)를 금기하고 있다. 오신채란 파, 마늘, 부추, 달래, 홍거 이렇게 다섯 종류의 강한 자극이 있는 채소를 일컫는다. 율장에서는 이러한 채소를 금지하게 된 인연을 밝혀 놓았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항상 부처님 곁에서 열심히 설법을 듣던 사문이 멀찍이 뒤에 앉아 안절부절하는 것을 보신 부처님께서 연유를 물어보니, 마늘을 먹어 역한 냄새가 나기에 부처님께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어 뒤에 있었다고 하였다.이에 부처님은 이후로 제자들에게 마늘을 먹지 말라는 계를 세우셨고, 다만 약 등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제외하셨다고 한다.

또 다른 율장에서는 마늘을 금하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투라난다 비구니가 마늘밭을 지나며 밭주인에게서 마늘을 조금씩 보시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주인이 없어 마늘을 못 받게 되자 여러 비구니 스님들을 데리고 가서 여러 날에 걸쳐 보시 받을 것을 한꺼번에 가져오면서 밭을 망치게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비구니들이 마늘을 먹지 못하게 제계(制戒)하셨다고 한다.

마늘의 냄새와 비구니의 탐욕 등으로 오신채가 금지된 것 같지만 사실상 더 큰 이유는 대승경전인 <능엄경>에 잘 나타난다.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하게 된다. … 시방의 천신과 신선들이 다 떠나고 모든 아귀와 악귀들이 그 (오신채를 먹은) 입술을 빨고 핥을 것이니…”

<능엄경>에서 알 수 있듯이 오신채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오신채 중에서 홍거는 인도에만 있는 식물인데, 순무같이 생겨서 맛이 맵고 끈끈한 액체가 난다고 한다. 정신집중이 절대로 필요한 수행자는 흥분제 역할을 하는 오신채를 금하는 이유이다.

또한 마늘의 경우에는 약용효과도 있어 항암제로 이용되는 훌륭한 식품이지만, 웅담처럼 인체의 모든 힘을 일시에 모아 쏟아내는 기능이 있다고도 한다. 즉 웅담을 자주 복용하면 인체의 기(氣)가 고갈하여 마침내 천수를 다 못하듯, 마늘을 과하게 복용하면 타고난 천기를 일찍 소진하여 오히려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술은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식사 후 가벼운 반주는 약주라고도 하고 사교에도 도움이 되지만, 과음은 건강을 해치는 독이며 불가에서는 지혜종자를 끊는다 하여 금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대승 불교에서는 스님들이 육식을 하지 않는데 모든 중생이 성불을 성취하고자 하는 자비의 덕목이 크게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육식은 자비종자를 끊는다 하여 금하지만, 초기 불교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남방지역의 스님들은 오후불식은 철저하게 지킬지언정 식사시간에는 채식뿐 아니라 육식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불자들 중에는 부처님도 육식을 하셨다는 의혹을 지닌 이도 더러 있다. 초기의 불교 경전을 보면 육식이 완전히 금지되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이른바 삼정육(三淨肉)이라고 하여 죽이는 장면을 안 보고, 그 소리를 듣지 않았으며, 그 고기를 취하는 사람을 위하여 잡은 고기가 아닌 경우에는 취하여도 계율 상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소승대열반경>을 보면 부처님께서 금세공장이었던 춘다가 올린 공양을 드시고 일으킨 복통으로 열반에 드시는 장면이 있다. 이때 부처님께서 드신 것은 한문으로 전단수이(栴檀樹耳)라 불리는 수카라맛다바(sukaramaddava)라는 음식인데, 수카란 기쁨의 뜻이고, 맛다바는 돼지의 일종을 말한다. 그래서 이 공양물이 돼지고기였다, 혹은 돼지라는 이름의 버섯이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이를 버섯이라고 보는 이들은 원래 이 버섯 맛다바라는 돼지가 좋아하는데 땅 깊은 곳에서 나기에 돼지가 공들여 파서 이 버섯을 얻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돼지고기의 일종이라고 한다. 무엇이 정설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것이 돼지고기냐 버섯이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열반에 이른 부처님의 자세를 보아야 한다.

춘다의 공양을 받은 후 열반에 이르게 되신 부처님께서는 혹시 제자들 중에서 춘다를 원망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셨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수자타의 우유죽을 얻어 기운을 차린 후 성불했듯이 춘다의 공양을 받고 무여열반하게 되었으니 어찌 춘다의 공이 수자타만 못하겠는가. 너희는 춘다를 조금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참으로 대성자 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부처님의 수행법은 중도적인 방법으로 결코 극단적인 고행이나 극단적 쾌락에 기울어지지 않았다. 비록 수행자로서 자비종자를 끊는 육식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부득이한 경우, 예를 든다면 육체적인 병으로 심신이 쇠약해졌을 때, 또는 공양물로 받았을 때 등에는 육식도 허락하신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음에도 계율에만 집착하여 육식을 피한다면 정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불교는 합리적이고 양극단을 피하는 중도를 실천한다. 불교의 음식, 특히 금기 음식인 오신채, 육식은 간혹 금기음식이 아닐 수도 있다. 필요하면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행을 통하여 진리를 찾는 데 오신채는 유익하지 않다. 흥분제 역할을 하는 오신채는 정신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과하면 번뇌가 찾아들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판 오신채라고 할 수 있는 화학조미료, 인스턴트 음식, 담배 등은 삼가 해야 한다.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을 위해서 말이다.

탄탄(불교중앙박물관장, 자장암 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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