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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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 탄탄(불교중앙박물관장, 자장암 감원)
  • 승인 2021.08.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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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어릴 적에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천방지축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놀이에 빠져 철을 모르고 지내왔으며
사리분별력 부족했던 사춘기 때는
청주시청 언저리 헌책방에서
우연히 소월과 동주의 시를 만났다
지금도 어디엔가 보관되어 있는
그때의 시집들이 백신이 되어 주었기에
질풍노도의 시절이었지만
가끔은 사고도 치며 방황을 하였고
죽음의 강을 건너지 않아도 되었다
대학 때에는
해방신학과 몇 권의 사회과학 서적이
생각의 틀을 바꾸어 주었고
문익환이며 계훈제 전태일이
내 성장과 정신의 주역이었으며
이제는 내 삶의 완성은 오직
불교 안에서 이룰 깨달음의 그것이어라
그 길만을 걷다가 죽었으면 여한이 없겠다.

 

지난 시절 잊혀지지 않는
역사의 제단에 바쳐진 꽃다운 젊은 죽음들이
이 아침에 한없이 애처로워진다.
밤을 지세워 농성을 하던
그해 5월의 명동성당의 가두투쟁이여!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은
내 젊은 날의 아련한 기억도
삼류 영화관에서 본
‘뻐꾸기가 둥지를 날아갔다고 어쩌구’ 하던
동시상영 영화도 모두 다 지나간 세월
그때를 추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코 그 시절이 그립거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현재는 나의 내면의 DNA에 짙게 드리워 있는
오직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 한 자락만이 절절하다.

 

세상에 던져진 이들이여!
아프간 공항에 버려진 아기의 일생처럼
우리네 삶은 그처럼
지구 어느 한 귀퉁이에 버려진 존재인 듯 모두 고단할 뿐
당신과 나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같은 번뇌를 끼고
그저 살아갈 뿐
내 삶의 번뇌를 그대에게
옥가락지 끼워 주듯 전가해 줄 수도 없음이며
아픈 어느 중생의 절박한 고뇌도
대신할 수 없을 뿐
산다는 건 가끔은
체념하고 미워했던 이를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여유도 가져 보아야 하리라
누군가의 손가락에 가락지 끼워 주며
세상의 아픔을 함께하자고
우리가 꿈꾼 세상이 곧 올 거라며
부도수표라도 마구 남발하고 볼일
아~ 저 하늘의 별이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는
감언이설도 꼭 잊지 말게나.

탄탄(불교중앙박물관장, 자장암 감원)
탄탄(불교중앙박물관장, 자장암 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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