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선생께
지금쯤 편안하실 테지요?
평생토록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던 가난과 무명
늘 병마에 시달렸던
불행했던 화가 선생이시여
천국의 근황은 어떠신지?
그곳에도 아틀리에가 있겠지요?
그곳엔 잘난 척하던 교만한 화랑
건방진 화상들은 없겠지요?
아래층 지옥에나 살고 있겠네요
화탕에서 뜨거운 불 맛이나 쬐고 있으려나
선생의 잘린 귀는 여전할 테고
천국의 천진한 이웃들은
언제나 숙덕거리며
연민의 눈으로 바라다볼 테지요
오늘도 그림을 그리셨나요?
그곳 세상에도 해바라기며
포플러가 있고 밤하늘엔
보석을 뿌려 놓은 듯
별들이 빛나겠지요?
그 나라에도 값싼 독주
압상트가 있을 꺼며
친애하는 동생 테오가
선생의 곁에서 보살피고
마음을 줄 수 있는
거리의 여인도 있나요?
그곳에서 빈 선생의 그림을
알아보던가요?
글쎄 이 지상에서는
빈 선생께서 남긴
마지막 초상화 한 점*이 8250만 달러에
낙찰된 소식은 전해 듣고는 있는지요?
(*생전에 빈센트 반 고흐는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하였으나 사후 100년째인 1990년에 그가 마지막 남긴 ‘가세 박사의 초상’이 경매에서 8250만 달러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