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한 날 얻어진 생(生)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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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한 날 얻어진 생(生)의 지혜
  •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1.11.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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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가질 수 없는
가져도 번거로운
영원하지도 않은
그저 한시적인 것
찰나刹那*의 세상이었건만
다 가지는 비법祕法은 있었다네

허구헌 날 모든 것 다 품어도
무겁지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아
더구나 큰 요행도 바라지 않아
다 버려 버리고는
다 비워 버리고는
내 몸에게서 조차도
애착하지 않는
집착 또한 훌훌 던지고 나서
이제는 그 누구도 없는 곳에
틀어박혀
마음을 아예 닫아버리고는
굳게 세상을 잊어버리고는
모든 건 지나고 나면
무상하여 덧없나니

시간은 백병의 치료약이 되어
아물게 하여 줄 테고
상처는 저절로 나을 텐데
시공時空에서 그리도 속앓이 하며
스스로 자위自慰하고 이제는
다 이루어졌구나 하고
더 이룰 것도 없겠지 하고
저절로 역사의 뒤안길로
흔적 없이 사라져 주거나
과감하게 저물 줄도 아는
사는 게 그 무언지?

허한 날에
불현듯 손쉽게 얻어진
사는 지혜는 명료明瞭하다
나로부터도 훌훌 떠나는
나조차 던져야 하는

 

*찰나刹那

우리네 인생은 찰나刹那와 같이 짧은 시간이라고 한다. 찰나는 아주 짧고 빠른 시간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원어명kşaṇa 산스크리트의 ‘크샤나’, 즉 순간(瞬間)의 음역인데,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를 음역한 아주 짧은 시간이란 뜻이다. 불교는 찰나 같은 인생을 영원한 인생으로 바꾸는 것이다.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겼다 멸하고 멸했다가 생기면서 계속되어 나간다는 가르침은 찰나생멸(刹那生滅), 찰나무상(刹那無常)이라 한다. ‘찰나(刹那)’는 ‘차나(叉拏)’라고도 표기하며 ‘일념(一念)’이라는 뜻으로 한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이라고 하고 발의경(發意頃) 혹은 생장(生藏)이라 한다. 극히 짧은 시간, 순간, 시간의 최소단위인 찰나를 현대 시간으로 환산을 하면 ‘75분의 1초’라고 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관념에서는 느낌조차 없는 그런 상태이다.

불경〈대비대사론〉에는 찰나에 대하여 “어느 날 가는 명주 한 올을 젊은 사람 둘이서 양쪽 끝을 당기고 칼로 명주실을 끊었더니, 명주실이 끊어지는 시간이 64찰나였다”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적어도 120찰나라고 한다. 120찰나는 단찰나라 한다.

일설에 의하면 사람이 손가락을 한번 튀기는 사이(一彈指時)에 65찰나를 계산한다. 그러므로 일탄지시의 65분의 1을 1찰나라고 하며 찰나(刹那)에 대해서는 불교론서 〈구사론(俱舍論)〉의 이론과 〈승기율(僧祇律)〉의 이론이 있다.

〈구사론〉에 따르면 하루는 30모호율다(牟呼栗多)이고 1모호율다는 30납박(臘縛)이다. 1분 60초로 환산하면 0.013초에 해당한다. 〈승기율〉의 시간 계산으로는 1념이 0.018초라 모든 존재가 찰나에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데 계속적인 생멸현상을 찰나생멸이고 사물의 무상한 궁극적인 모습을 일기(一期)생멸이라, 현재의 1찰나를 현재라 하고, 전찰나를 과거, 후찰나를 미래라 하며, 이 셋을 합하여 찰나 삼세(三世)라 하니 시간의 개념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불교의 가르침이다.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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